[우리말 바루기] 수무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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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어느 해나 서민들에게 힘들지 않은 해가 있었겠는가마는 올해는 특히 더했나 보다. 직장인들이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수무푼전’을 선정했다. ‘수무푼전’은 수중(手中)에 가진 돈이 한 푼도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수무푼전(手無-錢)’으로 올라 있는데, ‘푼’에 해당하는 한자(漢字)가 없다.

 여러 사전을 뒤져 봤더니 이희승 국어대사전(1988년)엔 ‘수무분전(手無分錢)’이 ‘수무푼전’의 잘못된 말로 나온다. 그런데 ‘분전(分錢)’은 ‘푼돈’과 동일하다고 돼 있고 ‘푼전(-錢)’은 ‘분전(分錢)’에서 온 말로 돼 있다. 최근 사전은 거의 다 ‘분전’과 ‘푼전’ 모두 ‘푼돈’의 잘못 또는 비표준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표제어로는 ‘수무푼돈’이 아니라 ‘수무푼전’을 실었다.

 이로써 ‘푼전’이 ‘분전(分錢)’에서 온 말임은 분명하나 현재는 ‘분전’이나 ‘푼전’을 쓰지 말고 ‘푼돈’으로 사용하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분전’과 ‘푼전’이 독립적으론 사용될 수 없으나 ‘수무푼전’에서는 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分은 ‘푼’으로도 읽는데 옛날 엽전의 단위로 한 돈의 10분의 1을 뜻한다. 엽전을 세는 단위는 냥-돈-푼(1냥=10돈, 1돈= 10푼)이다. 이 ‘푼’의 뜻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된다고 네이버 한자사전은 밝혀 놓았다.

‘수무푼전’의 한자 표기를 두고 각 신문사에서 논의가 있었다. 일부 신문은 ‘手無푼錢’으로 적었다. 중앙일보는 이 말이 ‘手無分錢’에서 온 것임을 알리는 게 좋을 것으로 판단해 ‘수무푼전(手無分錢)’으로 표기했다. 대부분의 신문이 이 표기를 택했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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