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의 힘겨운 곰 사냥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마침내 곰 사냥에 성공했다.

SK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4로 힘겹게 이겨올 시즌 두산과의 15번째 대결에서 처음으로 승리했다.

신생 SK는 이날 승리로 부끄럽지만 뒤늦게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얻었고 두산전 14연패의 사슬을 끊으며 특정팀 징크스에 벗어나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날 패했더라면 두산전 15연패가 돼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삼미가 OB(현 두산)에게 당했던 16연패의 수모를 피할 수 없는 위기에 몰릴 뻔 했다.

비록 8개 구단중 가장 약한 전력으로 다른 구단의 승수 사냥감이 돼 왔지만 최강 현대에게도 5번이나 이겼다.

하지만 두산만 만나면 선취점을 뽑고도 역전당하는 등 다 이긴 경기도 놓치는 악순환을 반복했었다.

SK가 삼미의 연고지인 인천을 이어 받는 악연으로 특정팀 최다 연승 기록을 가진 두산에게 단 1승도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날도 두산이 1회말 3점을 먼저 뽑아 3-0으로 앞서가자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4회초 최태원의 적시타로 1점을 얻은 SK가 5회초와 6회초에 각각 1점을 더 보태 3-3으로 따라 붙자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6회말 1점을 내줘 3-4로 다시 뒤진 SK는 7회초 채종범의 좌월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고 2사 만루에서 최태원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 5-4의 값진 승리를 얻었다.

한일은행 입단 동기생인 두산 김인식 감독에게 한번도 이기지 못해 마음 고생이 심했던 SK 강병철 감독의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이 스쳐갔다.

하지만 4연패에 빠져 드림리그 2위가 위태로워진 두산 김 감독은 확실하게 비빌 언덕이었던 SK에 패하자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 나가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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