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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종교계를 돌아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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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준봉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

꽃 좋다는 절을 가끔씩 그것도 즉흥적으로 찾는 주제이다 보니 불가(佛家)의 오묘한 진리의 세계를 제대로 알 턱이 없다. 주워들은 풍문으로, 알맹이가 되는 핵심 사상은 이런 것이겠거니, 짐작만 할 뿐이다. 교회도 마찬가지. 기독교계 미션스쿨을 나왔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담을 쌓고 살았다.

 불교에 관한 한 그런 짐작에 도움을 주는 책 한 권을 꼽으라면 소설가 김성동(64)씨의 장편 구도소설 『만다라』를 내세우겠다. 어차피 죽어야 하는 인생, 왜 태어났는지 의미를 찾지 못해 출가(出家)한 승려 법운(法雲)과 고통과 절망을 통해서라도 도를 깨우치겠다며 술과 담배, 여자를 마다 않는 파계승 지산(知山). 두 화상(和尙)이 그야말로 구름처럼 물처럼 떠돌아다니며 벌이는 운수납자(雲水衲子) 행각을 그린 소설은 실은 불교 사상과 예법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절로 불교 공부가 될 정도다.

 그 가운데서도 노선사(老禪師)가 자신의 지팡이, 즉 주장자(柱杖子)를 뭐라고 부를 거냐고 대중을 다그치는 대목은 불교적 인식론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적 장치로 읽힌다. “주장자”라 답한다면 명상(名相)에 집착해 실상을 보지 못한 것이요, “주장자가 아니다”고 답한다면 눈에 보이는 현상을 부정하는 공(空)의 심연으로 떨어지게 된다. 다시, 이런 분별 자체는 불교에서 절대 금기시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오도가도 못하는 논리적 교착상태다.

 1970년대 말 출간된 소설은 소설 외적인 측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소설 내용이 “불교계를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승려들을 모독했다”며 불교계가 발끈했다. 그러더니 당시 승려였던 김씨의 승적(僧籍)을 박탈했다. 김씨는 어쩔 수 없어 소설가가 된 경우다.

 소설 속에서 파계승 지산의 입은 신랄하고 거침 없다. “고깃덩어리와 고깃덩어리의 마찰 끝에 쏟아지는 소주 한 잔의 양도 못 되는 액체가 나를 태어나게 한 원흉”이라고 스스로 자조할 정도다. 자신에게 이 정도니 남에게는 어땠겠나. 타락한 불교계는 난타 당하고 난도질 당한다.

 『만다라』를 읽으며 올해 종교계를 되돌아본다. 요즘 종교판은 30년 전 소설 속 세계로부터 얼마나 멀리 떠나 왔는가. 현재 둘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답한다면 지나친 게 될까.

 우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출을 둘러싼 금권선거 논란이 떠오른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집안 싸움’은 아직도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불교 조계종은 지난해 말 정부가 템플스테이 예산을 삭감하자 정부·여당 관계자의 사찰 출입을 금지하며 이익집단 비슷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올 한 해 종교계 결산서의 굵직한 항목들이다.

 새해에는 좀 달라지길 바란다. 대중이 종교에 바라는 건 어려운 선문답 놀음이 아닐 게다.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기 위해 절을 찾고 교회를 찾는 것일 게다.

신준봉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