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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 “윤여준 멘토 아니다” 발언 뒤 “이해해 달라” 문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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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호 05면

안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건 9월 6일이었다. 50% 가 넘는 지지를 받던 안 교수가 5% 안팎의 박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윤여준·김종인 전 장관에 따르면 안 교수는 이미 그 이전에 서울시장에 안 나갈 뜻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안철수 멘토단 해체 막전막후

“안 교수가 9월 3일인가, 4일에 못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주변에선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권했고요. 그래서 저는 안 교수의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언론에 답했습니다.”(윤여준)

이 과정에서 안 교수와 윤 전 장관이 등을 돌리는 일이 벌어졌다. 중앙SUNDAY에 윤 전 장관 인터뷰 내용이 나간 4일, 안 교수는 전남 순천에서 “제 멘토가 300분 정도 되고 이념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김종인 전 의원, 방송인 김제동·김여진씨 등 다양한 사람이 조언해 주고 있다. 윤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많은 말을 했는데 솔직히 이젠 더 말씀을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결정과 책임은 내 몫이고 그분 말씀대로 될 것이라고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이 발언을 한 뒤 안 교수가 내 휴대전화에 ‘장관님을 보호하기 위해 한 말이니 널리 이해해 주세요’란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어느 쪽이 진심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장관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나는 시장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안 교수와 박경철씨가 생각을 맞춰 들어왔더라. 더 얘기할 게 없어 나는 회의하다 한 시간 만에 나왔다. 그 뒤 세 시간가량 토론이 이어졌고 안 교수가 출마를 결심했다고 들었다. 다음 날 최상룡 전 주일대사가 ‘출마한다’고 전화를 걸어 왔다. 한나라당이나 야권과 연대하지 않고 자력으로 간다고 했다. 나는 ‘당신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했다. 안 교수가 출마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4일 저녁에 들었다. 당을 만드는 게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 서울대 온 지 얼마 안 됐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고…. 아무튼 안 교수가 박 변호사를 만나러 갈 때는 이미 출마를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이면 안 교수는 당초에 왜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했던 것일까. 김 전 장관은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에 나가겠다고 해서 내가 ‘국회의원부터 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안 교수는 국회의원은 하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으냐고 물었다. 나는 의원 한 사람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안 교수는 ‘정치는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은 행정이니 잘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 문답이 있기 오래 전에 내가 안 교수에게 정치를 하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그때 안 교수는 ‘여태까지 모든 걸 혼자 결정해 왔는데 정치는 남의 협조를 얻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 참여에 대해 결심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지난 3월부터 청춘콘서트를 기획해 안 교수를 끌어들여 사실상 ‘안철수 신드롬’의 진원지 역할을 했고 6개월간 멘토를 했던 윤여준·김종인 두 사람은 안 교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다음은 그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윤여준=안 교수에겐 최고경영자(CEO)의 면모가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상당히 따지는데 나는 이게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해 위험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CEO 마인드론 정치 과정이란 게 시간과 정력의 낭비로 보인다. 생략하고 싶어 한다. 안 교수는 의사 출신이고 정보기술(IT) 분야를 한 사람이어서 정치현상도 자연과학도의 눈으로, 수학적으로 뜯어보려고 한다. 예컨대 상황이 어렵다고 말하면 판단의 논리적 근거가 뭐냐고 따져 묻는다. 하지만 한국 정치란 게 수학적으로 뜯어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언제나 오리무중이고 안개정국 아닌가.

-안 교수의 핵심 키워드는 뭔가.
“평소 강조하는 가치는 공정과 공평이다. 대기업이 강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공정한 게 아니란 주장이다.”

-북한에 대해선 법륜 스님과 안 교수의 입장이 다른 것 같은데.
“안 교수가 말하는 상식으로 볼 때 북한을 납득할 수 있겠나. 법륜 스님은 북한을 많이 알고 정권과 인민을 분리해 생각한다. 동포가 굶어 죽는 것을 눈뜨고 못 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건 아닐 것이다.”

-안 교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가정 출신이나 성향 등 기본적으론 보수적인 사람이다. 무엇보다 큰 회사를 갖고 있지 않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해선 굉장히 비판적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조금 더 강했다. 한나라당이 집권당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보나.
“강남에 안 나가고 신당 안 만든다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정치를 안 하겠다는 얘기는 안 했다.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본다. 안 교수가 말할 땐 워딩(wording)을 잘 살펴야 한다. 짧지만 정교하다. 보통 정치인이 말하는 것처럼 포괄적으로 하지 않는다. 예컨대 강남에 안 나간다는 얘기와 총선에 안 나간다는 말은 차이가 있다. 물론 강남에 안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총선에 나온다는 뜻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김종인=나는 CEO 하던 사람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 컨센서스를 이루는 과정이 CEO와 정치지도자는 다르다.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나중에 컨트롤하는 방법도 다르다. CEO는 자기 마음에 맞지 않으면 잘라 버리면 그만이다.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다. CEO가 정치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다. CEO 성격을 가진 사람은 국회는 낭비고,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고 한다. 그래서 CEO 대통령은 절대로 성공하기 어렵다.

-‘강남 출마 안한다’는 걸 어떻게 보나.
“서울시장에 나간다고 했을 때 이미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이다. 의지가 있으면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안 교수의 태도란 게 ‘나는 백조인데 오리가 노는 곳에 들어갈 수는 없다. 백조로 있다가 어떻게 해 보겠다’는 식인데 이건 기회주의적인 생각이다. 무임승차를 노리는 자세다. 총선 출마를 하면 오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여러 가지 능력이 평가돼 현재보다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여론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사람인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탤런트가 인기 관리하는 것보다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추측한다.”

-안 교수는 정치 의지가 있나.
“원래 기업 하던 분인데 조심스럽지 않겠나. 정치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열정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가만히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나와서 뭘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착각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런 식의 지도자가 나오면 꼭 권위주의적 통치로 갈 수밖에 없다. 의회에 대한 상식이 없으니 자기 뜻대로 안 되면 권위만 부릴 수 있다.”

-안 교수의 이념은 뭔가.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은 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다. 다만 안 교수가 공자 같은 말씀만 던지는데, 그런 것 갖고선 정치를 할 수 없다. 현재 정치·사회·경제 문제에 대한 그의 비판 인식은 올바르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있어서 박수를 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인식했다면 어떻게 매니지 할지 해법을 내놔야 한다. 안 교수는 높은 지지도를 겪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을 게다. 우선 자기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를 잘 유지하면 어느 날 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망상에 빠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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