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1년 한나라, 2004년 데자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이 그렇다. ‘한나라 데자뷰(지금 일어난 일인데도 전에 경험한 듯 느끼는 현상)’다. 당이 연루된 대형 비리 사건으로 당은 존폐 위기에 빠지고, 소장파가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대표는 못 나간다 버티다 결국 사퇴하고,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일련의 상황 전개가 2004년과 판박이다.

 한나라당은 2003년 6월 11만9000명 당원의 직접투표로 최병렬 의원을 대표를 선출했다. 최 대표는 ‘물갈이’ 공천과 정책정당을 내세우며 그해 9~10월 당 지지율을 30%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차떼기’로 불린 불법 대선자금 문제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았다. 총선을 앞둔 2004년 초 대표 사퇴론이 분출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으로 위기에 빠진 지금의 한나라당 모습과 유사하다. 당시 이재오·맹형규·남경필·원희룡 등 소장파 의원 중심의 ‘구당모임’과 양정규·김진재 의원 등이 참여한 ‘중진모임’은 최 대표 사퇴 요구의 선두에 섰다. 남경필·원희룡 의원은 7년 만에 대표 사퇴 주도세력으로 재등장한 셈이다.

 사퇴론이 절정에 달한 2004년 2월 최 대표는 임시전당대회 후 대표직 이양안을 내놨지만 “선대위원장은 자신이 임명하겠다”며 당권에 미련을 보여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박근혜 체제 등장 이후 최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은 사라지고 말았다.

9일 홍준표 대표의 퇴진으로 2004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홍 대표는 최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공천권에 대한 의지를 보인 8일 회견으로 사퇴를 앞당겼다. 2004년 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던 홍 대표는 물러나는 과정도 닮았다.

 조현숙 기자

대형 비리 → 쇄신 압박 → 당 대표 버티다 사퇴 → 박근혜 등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