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7세 공씨 혼자서 … 뭘 바라고 선관위 홈피 공격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10·26 재·보선 날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모(27)씨가 윗선의 개입 없이 단독으로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경찰청은 9일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공씨가 재·보선 전날 밤 술을 마시다 유권자들이 투표소 검색을 하지 못하도록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면 투표율이 낮아져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은 그 근거로 ▶공씨가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고향 후배 강모(25)씨와 9월 17일 이후 재·보선 전날까지 한 달 이상 통화하지 않다 처음 전화한 점 ▶공씨가 범행 시점에 강씨가 필리핀에 있던 것을 몰랐던 점 ▶디도스 공격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선 상당 기간 이전에 시험공격을 해야 하는데도 재·보선 당일에야 공격에 착수한 점 등을 들었다. 디도스 공격에 거액이 들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디도스 공격은 해킹과 달리 쉽게 할 수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강씨는 공씨가 온라인 도박 합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해 그의 요청에 응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 공씨의 친구이자 강씨 회사의 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차모(27)씨를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꼬리 무는 의문들=경찰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과연 9급 상당의 국회의원 수행비서가 ‘선거 방해 사이버 테러’라는 엄청난 범죄를 단독으로 감행한다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남는다. 우선 경찰은 공씨와 강씨 사이의 통화내역을 조사했다고 하면서도 이들의 휴대전화나 사무실 전화 이외에 다른 전화를 활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통상 범행을 저지를 때 본인 명의의 전화는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재·보선 전날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의전비서 김모(30)씨가 서울 광화문에서 주재한 저녁식사 자리, 공씨가 합류한 역삼동의 술자리에서 선거나 디도스 공격 관련 얘기가 전혀 없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저녁식사 자리엔 김씨 이외에 청와대 행정관 박모(37)씨 등이 참석했다. 더욱이 국회의장 전 비서 김씨는 처음엔 “디도스 공격 얘기가 전혀 없었다”고 하다가 “공씨가 술자리에서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키겠다’고 말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관련자들의 말 맞추기가 의심이 되는 부분이다. 김씨가 술자리에서 공씨의 범행 계획을 듣고 만류했는데도 공씨가 그대로 디도스 공격을 진행했다는 부분도 이해하기 힘들다.

 한편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한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며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사건의 몸통이기에 경찰이 이토록 한없이 작아진 모습을 보였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사이버 테러 진상조사위원장인 백원우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조직적 범행이며 반드시 배후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특검에서 재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그래도 미진할 경우 국회 국정조사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우·김기환 기자

10·26 재·보선 전날 밤 술자리 참석자

◆ 10월 25일 저녁식사 자리 참석자(4명·서울 광화문 인근 음식점)

- 박희태 국회의장 전 의전비서 김모(30)씨
- 청와대 국내의전팀 행정관 박모(37)씨
- 정두언(한나라당) 의원 비서 김모(34)씨
- 공성진(한나라당) 전 의원 전 비서 박모(35)씨

◆ 10월 25일 밤~26일 새벽 2차 술자리 참석자(6명·역삼동 룸살롱)

- 최구식(한나라당) 의원 전 비서 공모(27)씨
- 박 의장 전 비서 김씨
- 공 전 의원 비서 박씨
- 사업가 김모(39·전직 검찰 수사관)씨
- 피부과 의사 이모(37)씨
- 변호사 김모(33)씨

경찰, 디도스 공격 단독범행 결론 … 남는 의문점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