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갈등 고조 … 강기정·홍영표, 당원들과 멱살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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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통합 문제로 민주당이 진통을 겪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이 참석해 열린 ‘전국지역위원장 긴급회의’ 도중 당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8일 민주당 영등포 당사에선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전국 245개 지역위원장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였다. 야권 통합 과정에 대해 설명하던 도중 통합 방식을 놓고 문제를 제기해 온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단상을 손으로 내리치며 “저는 혼자 남아서라도 비장한 각오로 민주당을 지키고 소수를 안고 가겠다. 저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 달라”고 소리쳤다.

 이에 통합파인 윤호중 전 의원이 발언하려 하자 몇몇 당원이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역시 통합파인 홍영표 의원이 “당신들은 뭐냐”고 따지자 이들은 홍 의원에게 일제히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강기정 의원이 홍 의원을 도우러 나서다 강의원도 멱살을 잡혔다. 수십명이 얽힌 난장판 속에서 한 당원은 귀 주변을 찢겨 피를 흘렸다. 당직자들이 이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야, 이 XXX야” “우리가 용팔이야?” “우리가 당을 어떻게 만들었는데…” 등의 욕설과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당원은 국회의원·지역위원장 180여 명과 광주 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야권통합 지지성명을 낸 데 대해 “그런데 서명하면 위원장직이 날아갈 것”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몸싸움에 대해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심히 유감이다”라고만 했다.

 손학규 대표는 유혈사태에 개의치 않고 일정대로 야권통합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전날 손 대표와 “결별한다”고 통보한 데 이어 이날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로서의 손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했다.

 이날 두 사람은 한 자리 건너 앉아 있으면서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이들은 결국 11일 전당대회에서 통합 추인이냐, 무산이냐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인터뷰에서 “비열한 방법으로 불참한다든지 대의원들을 불참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 내게는 반대 행동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고 한 발을 뺐다. 그러나 염동연 전 의원 등 박 전 원내대표 측근 인사들은 물리적 저지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어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다.

 손 대표 측은 통합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에 참석했다가 상황이 불리할 경우 집단 퇴장해 전대를 무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찬성하는 대의원 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손 대표는 회의에서 “여러 아픔이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김경진·허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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