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재창당 외치며 공천권은 안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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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8일 내놓은 ‘당 쇄신안’은 영 먹혀 들지 않는 모습이다. 홍 대표가 ‘쇄신 카드’로 또 반격을 시도했지만 당내 반발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당장 쇄신파는 “쇄신안을 낼 때가 아니라 물러날 때”라고 반발했다. 당내 주류인 박근혜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오히려 ‘홍준표 퇴진론’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회견을 열어 “혁명에 준하는 총선 준비를 하겠다”며 자신의 당 쇄신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현역 의원 전원 불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자기희생적이고 과감한 인재 영입을 추진하겠다”며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은 일체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선수(選數)에 상관없이 지난 4년간 의정활동과 조직활동으로 전원 재심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 내외 인사로 ‘재창당준비위’를 발족시켜 당을 완전히 재건축하겠다”며 “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창당을 하기 위해선 공천 절차가 일찍 완료돼야 한다”며 자신이 주도해 공천 작업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내용이야 좋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지금 당 구성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마당에 홍 대표가 어떻게 그런 안을 추진할 수 있단 말이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다른 박근혜계 의원은 “너무 늦게까지 별것을 다하려 한다” 고 했다. 박근혜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쇄신안에 대해 “말도 하기 싫다”고 반응했다.

 쇄신파인 김세연 의원은 “지도부 성립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책을 내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홍 대표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어떠한 쇄신과 변화도 ‘홍 반장’이 주도하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홍 대표 자신이 공천권을 행사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꼼수’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수도권 출신 이명박계가 주축인 ‘재창당모임’은 홍 대표 발표 후 긴급회견을 열어 “현 지도부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재창당추진위를 만든 뒤 즉각 사퇴해야 하며 공천은 재창당이 이뤄진 뒤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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