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마는 불사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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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16강전> ○·나현 초단 ●·펑리야오 5단

제8보(90~100)=프로기사에게 “대마를 포획하라”는 특명은 거의 죽음이다. 대마는 불사신이다. 저 혼자 죽는 경우는 있지만 남에게 살해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 흑의 펑리야오에게 대마 포획의 특명이 주어졌다.

펑리야오는 마치 자살 특공대와 같은 비장한 심정으로 흑▲를 두었다. 이 수는 상변 흑의 준동을 보면서 동시에 대마 포획을 노리는 수. 나현 초단은 90에 두어 대마부터 보호한다. 90은 매우 탄력적인 수. 물론 90에 두었다고 해서 완생은 아니다. 한 눈이 확보된 정도다.

그러나 A, B 쪽에 눈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또 흑의 포위망도 C의 연결고리가 어딘지 허술하다. 숱한 장애들이 한눈에 보이는데 대마를 잡으러 가야 하는 펑리야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흑▲로 ‘참고도’ 흑1을 선수해 먼저 눈을 빼앗은 다음 3으로 씌우는 것이 더 유력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백4, 6의 치명적인 반격이 남게 된다).

 93의 포위에 과감하게 94로 받자 흑백 간의 집 차이는 아득하게 벌어졌다. 한데 흑의 포위망이 이렇게 갖춰지면 대마의 목숨이 진짜 위험한 것 아닐까. 하지만 나현은 흑의 지속적인 위협에도 외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도대체 백이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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