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박사가 자신이 개발한 온도 유지장치가 내장된 큐리오시티호의 바퀴 구동시스템을 들어보이고 있다. 큐리오시티호엔 총 6개의 구동시스템이 장착됐다.
내년 8월 화성에 착륙해 2년여 동안 탐사활동을 벌일 큐리오시티호는 `꿈의 탐사선`이라고도 불린다. 크기는 미니 쿠퍼 승용차와 비슷하다.챌린저 컬럼비아호 폭발 참사로 연방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맡아 온 정재훈 박사는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호에도 주요 부품을 장착하며 자신이 미국 우주개발 사업의 당당한 주역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정 박사의 개발품 가운데 이번에 큐리오시티호에 처음 실린 것들은 탄소 성분과 화성표면에서 채취한 암석 지표층 샘플로부터 추출된 개스를 분석할 화성샘플분석기(Sample Analysis at Mars.SAM)의 가열장치 화성표면 성분 분석기구 중 하나인 APXS(Alpha Particle X-Ray Spectrometer)의 열 조정장치 큐리오시티호가 화성 표면을 이동할 때 사용될 바퀴 구동시스템(Wheel Actuator)의 온도 유지장치 등이다.
정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장치는 NASA의 의뢰로 4~5년 전부터 개발에 착수했던 것이다. 주요 개발품들의 기능은 화성표면의 저온에서도 큐리오시티호가 원활하게 움직이며 다양한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 박사는 "화성 지표면의 일교차는 섭씨로 100도에 달한다"며 "극저온 상황에서도 탐사선이 자유롭게 기동하며 자료 수집 및 분석활동을 하기 위해선 특수한 가열 및 보온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박사와 화성탐사선과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 박사는 지난 2004년 1월 화성에 도착했던 쌍둥이 탐사선 스피리트(Spirit)와 오퍼튜니티(Opportunity)호에도 로보트팔의 신경조직과 열 조정장치 로켓엔진 가열장치 온도 측정장치 등 1562 종류의 테이코사 개발품을 장착했다.
정 박사는 2003년 9월 나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진 감사패를 받았다.
"화성탐사선 프로젝트에 정재훈 박사팀이 개발한 1562종에 달하는 부품이 장착돼 2003년 6월 10일 발사한 스피리트호와 7월 8일 발사한 오퍼튜니티호가 성공적으로 화성으로 질주하고 있다. 그동안 정 박사가 보여준 탁월한 공헌을 기리기 위해 공로패를 수여한다."
정 박사는 "이번에 발사된 큐리오시티호에도 테이코사가 납품한 부품 500여 종이 장착됐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러시아를 비롯한 우주기술 강국들이 화성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 박사는 "아직까지 미국의 기술수준을 위협할 나라는 없기 때문에 경쟁이란 표현을 사용하기엔 이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의 우주탐사 기술 수준에 대해 "러시아와 비교하면 10년 정도 유럽보다는 15년 중국에 비해선 20년쯤 앞서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박사는 NASA로부터 큐리오시티호 개발에 기여한 인사로 선정돼 발사기지로 초청받았지만 정작 발사 현장에 가지 않았다. 이미 약속됐던 북가주 한인교회의 창립기념 부흥집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우주개발은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인류의 꿈"이라며 "그 꿈을 실현하는데 내가 일부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현재 NASA의 차세대 화성탐사선에 장착될 부품 기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는 이 기술은 화성의 암석을 지구로 안전하게 가져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큐리오시티호는…
길이 10피트 너비 9피트 무게 1984파운트로 지구권 바깥 우주 탐사선 중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꿈의 탐사선'이라 불린다.
공식 명칭이 '화성과학실험실(MSL)'인 점에서 알수 있듯 정교한 장비를 대거 장착하고 있다. 총 25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큐리오시티호는 첨단 카메라와 무선 분석장비 등 대량의 과학 장비를 싣고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며 7피트 길이의 대형 로봇팔을 이용해 다양한 고도에서 암석과 토양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게 된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