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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만에 부활 소형택시, 트렁크를 열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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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5일 서울 도봉구 창동의 쌍문역 인근 도로에서 소형택시(오른쪽)가 중형택시와 나란히 달리고 있다. 소형택시는 정면 유리창의 조수석 방향 위쪽에 ‘소형택시’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소형택시의 기본 요금은 2100원으로 중형택시보다 300원 저렴하다. 아직 초기 단계라 79대만 운영되고 있다. [김태성 기자]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동 4호선 쌍문역 입구. 대기 중인 택시 중 눈에 띄는 차량이 있었다. 앞 유리창 조수석 위쪽에 ‘소형택시’ 안내문이 붙은 택시다. 차는 1600㏄급(1591㏄)인 준중형 기아 포르테. 택시 운전경력 10년의 기사 이경철(40)씨는 “손님 대부분이 일반 중형택시와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좌석에 탔는데 기존 중형택시와 차이가 없었다. 뒷좌석은 중형차와 달리 성인 3명이 타기에는 약간 좁았다. 이씨는 “손님의 99%는 1~2명이 타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트렁크를 열었더니 기존 중형택시와 달리 ‘봄베’로 불리는 연료통이 없다. 올 초부터 포르테 택시는 봄베가 차량 밑부분에 달려 생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렁크 공간이 넉넉했다. 주부 박은숙(58)씨는 “소형택시 요금 적용으로 소형택시를 골라 타는 사람이 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쌍문역에서 동부간선도로~성수대교~언주로를 거쳐 매봉역까지 달렸다. 미터기에 25.2㎞가 찍혔고, 요금은 2만2600원이 나왔다. 이씨는 “중형택시였으면 3000~4000원 더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서울에서 소형택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1988년까지 소형·중형으로 나눠져 있던 요금체계를 일반·모범으로 고치면서 소형택시가 92년부터 서울 도로에서 사라졌다. 이후 소형택시는 일반 중형택시로 분류돼 중형택시와 똑같은 요금을 받았다. 그러다 이번에 소형택시 요금이 다시 생긴 것이다.

 서울시는 3일부터 시내에서 기본요금(2㎞까지) 2100원을 받는 소형택시 요금제를 도입했다. 기본요금이 2400원인 기존 중형택시보다 12.5% 저렴하다. 기본요금 이후 주행요금과 시간요금(시속 15㎞ 미만 주행 시 적용)도 싸다. 오세광 도시교통본부 택시면허팀장은 “소형택시 요금을 중형의 90% 수준으로 책정했다”며 "소형택시 도입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는 7만2293대다. 이 가운데 소형택시는 79대에 불과하다. 개인택시 한 대를 뺀 법인택시 78대는 모두 창동의 일진운수가 운영한다.

 일진운수는 2007년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오르자 2000㏄급 중형차보다 연료를 적게 먹는 1600㏄급 준중형차를 LPG 차량으로 개조해 운영했다. 2009년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에 맞춰 자동차업계도 올 초 LPG를 연료로 하는 준중형차를 소형택시용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박철영(72) 일진운수 전무는 “앞으로 소형택시를 골라 타는 승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강병철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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