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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떼강도 잡고보니 … 김영완 집서 100억 대 턴 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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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영완씨

현대그룹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무기중개상 김영완(58)씨의 집에서 2002년 3월 100억원대 금품을 훔쳤던 범인이 또다시 강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부유층이 모여 사는 서울 이태원동·청운동의 고급 단독주택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로 장모(58)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장물 처분을 도운 혐의로 최모(42·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주범 장씨는 9년 전 김씨의 서울 평창동 주택을 턴 강도 일당 7명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거래상 김씨는 2000년 현대그룹에서 수백억원대의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받아 돈세탁을 한 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15일 오전 10시 서울 이태원동의 한 고급 단독주택에 장씨와 일당 4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집에 방범 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낮 동안에는 꺼두는 점을 이용해 대담하게 오전 시간을 노렸다. 범행 나흘 전부터 합숙을 하며 폐쇄회로TV(CCTV)에 찍힐 것을 우려해 차량을 바꿔가며 서너 차례 사전 답사도 했다.

 담을 넘어 침입한 일당은 주부 이모(46)씨와 가사도우미 2명, 중고생 자녀 2명을 흉기로 위협해 손을 줄로 묶었다. 일부는 이들을 감시했고, 장씨만 주부 이씨를 데리고 와 서랍·금고를 열게 해 금품을 털었다. 금고 안에는 나무 상자에 든 조선 후기 백자(30억원 추정)가 있었다. 일당은 현금 3000여만원과 금괴(6200만원), 귀금속 1200여만원어치 등 1억여원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유층은 현금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경찰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표적으로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8월 부유층의 집에 강도가 들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태원동의 피해자는 “강도 당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경찰이 강도 일당을 검거하고 이들에게서 피해 물품을 받아 피해자에게 보이자 대리인을 통해 피해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 등 강도 일당은 훔친 금품을 유흥비와 히로뽕·대마초 등 마약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에는 공범 안모(46)씨가 약물 과다 투여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지난 7월 서울 청운동 이모(73)씨의 자택에 문을 따고 들어가 현금 2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고급 시계를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이정봉·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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