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로에 선 닷컴] 中. 구조조정 회오리

중앙일보

입력

"오늘부터 서비스가 중단됨을 알려드립니다. 코스닥 폭락, 인터넷 기업에 대한 평가절하 등으로 투자시장이 심각하게 위축돼 고객 여러분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

기업과 소매점을 연결하는 인터넷 쇼핑몰 알짜마트닷컴이 지난 21일 오만(http://www.oman.co.kr)이라는 운영자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나우누리 창업자인 박성현 사장이 설립한 알짜마트닷컴은 "자금이 바닥 난 상태에서 추가 자금조달에 실패해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면서 이 사업에 대한 안목과 노하우를 지닌 기업이 알짜마트 서비스를 인수해 주길 희망했다.

''닷컴기업'' 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불고 있다.

수익이 늘지 않는 상태에서 자금줄이 말라 문을 닫는 업체가 속속 생기자 닷컴기업들이 직원 수를 줄이고 비수익 사업을 털어내 ''몸집 줄이기'' 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유료화 전환, 다른 기업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자금여유가 있는 선두업체에는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의 M&A 의뢰가 쇄도하고 입사지원자가 줄을 잇는 반면, 일부 수익모델이 불투명한 기업엔 직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몸집을 가볍게= ''기획팀 ○○○, 광고홍보팀 ○○○…(이상 1백명) '' .

지난 14일 인터넷 교육전문업체인 ''코네스'' 의 사내전산망에는 구조조정 내용과 함께 회사에 남게 될 직원 명단이 함께 올라왔다. 코네스는 이날 사업구조를 수익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6개부서를 2개로 통합하고 전체 직원(1백30명) 의 23%인 30명을 감원했다.

이태석 사장은 "인터넷 기업에 대한 자금이 원활하지 않아 상반기 실적이 저조한 부서와 인원을 대폭 정리했다" 고 말했다.

본사가 최근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몸집 줄이기'' 현상은 두드러졌다. 경영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52.7%가 ''그렇다'' 고 응답했으며 구조조정 계획 중인 분야 ''비수익사업 포기(28.4%) '' ''인력 감축(10.8%) '' 등을 꼽았다.

온라인 음반업체인 메타랜드는 기존 쇼핑몰.지불결제.마일리지.CD전문몰 등 4개 사업부를 쇼핑몰과 마일리지 등 2개 사업부로 합치고 직원도 60여명에서 30여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포장이사.게임.커뮤니티 등 3개의 사이트를 운영하던 클릭나우도 최근 확실한 수익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게임.커뮤니티 사이트를 매각하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이사몰'' 사업에 집중시킬 계획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인터파크는 최근 오프라인 유통망을 관리했던 유통망 사업팀과 물류팀을 하나로 합치고 22개의 오프라인 직영점을 5개로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극심한 인력난을 보이던 정보통신기술(IT) 업계에 ''사람 뽑기'' 가 수월해지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셀피아의 윤용 사장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웹디자이너 등 전문분야엔 공채까지 치르면서 인력을 확보하려고 해도 경력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지만 7월 들어서 3백명이 지원해 우수 인력 8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몰아치는 M&A열풍= "하루에도 3~4개 닷컴업체가 자사(自社) 를 인수할 생각이 없느냐는 의견을 타진해온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가 인수해도 시너지효과가 나지 않을 것 같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대형 포털업체 A사의 L이사)

"독보적인 아이디어나 기술력이 없으면 중소 닷컴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이럴땐 선도적인 업체에 인수돼 상생(相生) 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인터넷 인큐베이팅 업체 B사의 K사장)

닷컴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함에 따라 이들간의 이합집산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본사의 CEO 여론조사에서도 M&A를 하겠다는 기업이 절반에 달했고 반대로 M&A되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45%나 됐다.

PC용 카메라 전문업체인 웹앤아이는 최근 하제닷컴.티브이굿.리가엔터테인먼트 등 인터넷방송.콘텐츠업체를 인수했으며 지누스는 전자상거래업체인 인더스트레이더를 합병했다.

특히 자금난에 시달리는 군소 닷컴업체와 이 기회에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대형 포털업체의 입장이 맞아 떨어지면서 닷컴기업의 M&A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라이코스코리아의 가종현 사장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닷컴기업 가운데 기술력이 있는 업체도 많다" 면서 "조건 등이 맞는다면 언제든지 M&A를 추진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인터넷홀딩스의 김동재 사장은 "대형 포털업체를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중소형 전문업체 연합 등으로 인터넷업계가 재편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