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놀이권’ 된 지자체 골프회원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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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방자치단체가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들인 골프회원권을 공무원과 지방의원 등이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들은 근무시간에도 라운딩을 하고, 교육 중에도 골프장을 다녔다. 지난달 말 감사원이 전북도내 지자체를 상대로 실시한 3년 주기의 정기 기관운영 감사에서 드러난 결과다.

 전북 임실군은 살림살이 규모를 놓고 볼 때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지지체 중 하나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인구는 3만600여 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30%에 이른다. 지방세 수입은 89억원이지만, 올 전체 예산은 2400억원에 이른다. 결국 재정 자립도는 12.5%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228개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군 단위 지자체의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17.1%다.

 이런 형편인데도 임실군은 2007년 12월 S골프장 특별회원권 1개를 4억원에 구입했다. 기업 투자유치 같은 공용 목적의 접대용으로 사용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이 회원권을 들고 가면 라운딩 비용을 주중에는 1인당 4만5000원(주말 8만5000원)씩 할인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공무원들이 잔치를 즐겼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08년 2월부터 올 6월까지 임실군의 골프장 회원권은 모두 641회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공무원이 134회를 썼고, 군의원 115회, 지역 언론인도 199회를 사용했다. 나머지 151회는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도록 아예 이용관리대장에 기재조차 하지 않았다.

 일부 공무원들은 근무 중에도 직장을 이탈해 회원권을 들고 가 골프를 쳤다. 임실 군청 뿐 아니라 군산시·해양항만청 직원들도 끼어 있었다. 지방공무원교육원의 핵심리더 과정 교육을 받으면서 수업을 빼먹고 임실군 소유 회원권을 이용해 골프를 친 공무원도 적발됐다.

 익산시도 2008년 8월 9억1000만원을 주고 B골프장의 법인회원권을 구입했다. 무기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 법인회원권은 간부들이 주로 사용했다. 특히 2008년 1월부터 2년간 부시장으로 근무했던 J모씨는 36차례나 사용했다. 감사원은 익산시의 회원권 이용실태를 현재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는 이달 중순쯤 발표할 계획이다.

무주군의 경우 1999년 무주리조트 골프회원권(5950만원)에 구입했지만, 2007년 이후 최근까지 사용 실적은 단 한차례에 그쳤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련 공무원들을 징계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는 한편, 당초 구입 목적과 다르게 사적인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 골프회원권 매각을 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자체의 골프회원권 이용 실태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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