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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선수 마음, 여자 감독이 잘 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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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은 조혜진(38) 감독대행이 지휘하고 있다. 선수에게 폭력을 사용해 물의를 빚은 김광은 전 감독이 사퇴한 공백을 메웠다.

 조 대행은 1일 경기도 구리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과의 경기를 앞두고 “여자 선수들이라 (남성 감독의 질책을) 심리적으로 크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했다. 폭력을 사용한 감독은 자신이 선수를 폭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선수가 폭행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 감독이 여성이었다면 달랐을까?

 2002년 유영주(40)씨가 KB국민은행의 감독대행을 맡은 경우를 빼면 1998년 여자프로농구가 출범한 이래 여성 감독은 한 명도 없었다. 박신자(69)씨와 이옥자(59)씨가 실업농구 시절 신용보증기금의 감독을 맡은 일은 있다. 대표팀의 경우 박찬숙(52)씨가 2005년, 정미라(55)씨가 2009년 동아시아대회 대표팀을 맡았다.

 프로에서는 2010년 여자배구 GS칼텍스를 이끈 조혜정(58) 전 감독이 유일한 여성 감독이다. 그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여성 농구인은 불만이 많다. 2007년에는 박찬숙씨가 “우리은행 여자팀의 감독 공모에 응했지만 여성이라 차별을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박씨는 “우리 구단들은 여성을 지도자로 삼지 않고, 한 번 실수하면 ‘여자라서 역시 안 된다’고 기회를 빼앗는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파문도 ‘폭행도 훈련의 일부로 여기는 남성 중심적 관행’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는 전임 감독을 두둔하는 듯한 조혜진 대행의 태도에 대해 “안타깝다. (폭행을 비판하고) 나서면 왕따 되는 건 자동이다”라고 했다.

 차양숙(51) WKBL-TV 해설위원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사람이면 여자든 남자든 고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옥자 태릉선수촌 지도위원은 “태릉선수촌에서는 여성 감독이나 코치가 있는 종목에서 소통도 활발하고 선수들도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여자 선수들은 섬세하고 분위기를 잘 타기 때문에 여성 감독이나 코치가 팀에 있다면 더 가깝게 보듬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이명호(56)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구단이 기업이라 이들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면서 “구단 측이 (여성 감독은)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구리=위문희·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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