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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꼭" 생기 되찾은 대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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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절기상으로 중복이다. 한국은 후덥지근한 더위로 고생하고 있지만 이곳 베이스캠프는 초가을의 날씨를 연상시킬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20일 하루종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파키스탄시간 오후 7시)
부터 하늘이 맑게 개이기 시작하더니 21일에는 베이스 캠프에 들어온 이래로 가장 맑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티벳고원에서 콩코르디아 방향으로 바람이 불면서 대원들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이야기와 함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창간 35주년 기념으로 조인스닷컴·KBS·코오롱스포츠·파고다외국어학원·삼성전자가 공동으로 후원하는 한국 K2원정대 유한규(46·코오롱스포츠)
대장은 한왕룡·모상현대원과 함께 캠프Ⅰ로 이동을 하고 있다.

현재 베이스캠프에 남아있는 엄홍길(40·파고다외국어학원)
등반대장은 “B조가 캠프Ⅲ을 건설하면 A조는 22일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곧장 정상등정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런 상태로 날씨가 계속 좋아진다면 26일을 전후해 정상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20일 오후까지도 비바람이 몰아쳐 베이스캠프에 남은 대원들은 며칠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원정기간이 마냥 길어질까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침에 맑은 날씨를 보이자 팀닥터인 조경기박사는 '집에 돌아갈 날이 가까와 진다'며 어린애처럼 좋아하다 KBS의 이거종부장으로 부터'부하뇌동(?)
하지 마시라'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부인과 전화통화를 한 하관용대원은 아침부터 ‘중복별식을 마련해야 한다’며 부산하다.

베이스캠프에는 국제합동대·일본대·한국산악회 대구원정대·이탈리아대·BBC방송팀·한국원정대·브라질대·동국대순으로 텐트를 쳐놓았는데 19일 이탈리아와 BBC방송팀이 철수하자 한국원정대 앞은 넓은 공터만이 덩그라니 남아 허전해 보인다.

캐러밴을 하면서 커다란 바위주위로 얼음이 녹아 바위가 고인돌처럼 우뚝 솟은 장면을 심심치 않게 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쳐놓은 텐트도 언덕위에 집 한채 있듯이 얼음위에 텐트만 남아있다. 대원들은 ‘아무래도 텐트를 다시 쳐야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원정대는 한국원정대와 같이 등정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브로드피크와 K2 연속등정을 목표로 원정을 떠난 동국대원정대의 박영석대장은 “브로드피크 정상주위에 많은 눈이 내려 등정일자를 하루 늦추겠다”고 밝히며 “21일 하루 더 휴식을 취하고 22일 등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제(20일)
는 점심 때 이탈리아 트레커들이 베이스캠프까지 올라왔다가 하산했다.산악인 기도 레이는 ‘황량한 산중에서 꼬박 하루를 보내고 나서 문명의 불빛으로 밝은 인간의 세계를 보면,이를데 없이 멀고 먼 길이 오랜 시간에 걸쳐 나를 인류로부터 떼어놓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루만 되도 그런데 20여일만에 4∼5일이 소요되는 아랫마을에서 올라온 외지 손님을 만나니 문명세계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진다.이들은 대원들이 가져온 골프채로 스윙연습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다며 사진찍는 바람에 대원들은 모델노릇하느라 바빴다.

K2=김세준 기자<s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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