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리더 창의성 경진대회서 대상 받은 초등생들

중앙일보

입력

디지털리더창의성경진대회에서 초등부 대상을 받은 최석진·박찬민·홍의준(왼쪽부터)군이 수상작인 아파트 쓰레기 분류 처리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쓰레기를 좀 더 간편하게 버릴 순 없을까?’. 사람들이 쓰레기 버리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던 홍의준(서울 목운초 6)군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특히 아파트 1층까지 내려가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는 버거워 보였다. 홍군은 아파트 각 층에 쓰레기 배출구를 만들어, 사람들이 일반 쓰레기(빨간불)와 재활용품(초록불)을 구분하는 버튼을 누르면 쓰레기가 자동으로 분리배출되는 상상을 했다. 이 아이디어는 세 달 후 모형으로 구현돼 ‘제5회 디지털리더 창의성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홍군은 같은 학교 출신인 최석진·박찬민군과 함께 ‘아파트 쓰레기 분류 처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점과 창의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홍군은 “쓰레기 버리는 일이 힘겨운 어르신들을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로 상을 받게 돼 신난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여름방학부터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들어간 이들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화는 작업에 매달렸다. 투명 아크릴판과 디지털 키트를 이용해 쓰레기 분류 처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디지털키트란 전자시스템을 직접 만들고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 학생 맞춤형전자키트이다. 세 학생은 1~2년 전부터 ‘방과 후 학습’으로 디지털키트를 익혀왔다.

 모든 제작은 스스로 했다. 시스템 설계부터 작품에 쓸 아크릴판을 직접 자르고 붙이는 일까지 교사와 학부모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대회 제출용 보고서 작성과 작품 소개 영상 촬영만 어른들의 도움을 받았다. 작품을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시스템은 비입주자의 무단 쓰레기 처리를 방지하기 위해 입주자용 RFID 카드를 대고 나서야 쓰레기가 배출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전원 스위치를 오래 켜 놓고 있으면 비입주자 카드를 댔을 때도 입주자라고 인식을 해 쓰레기가 배출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팀원들이 이 오류를 잡아내는 데만 3주가 걸렸다.이들은 대회 당일까지 철저히 준비했다. 심사위원들에게 받을 예상 질문을 10개씩 뽑고, 목이 쉴 정도로 작품 특징을 설명하는 연습을 거듭했다. 완벽한 호흡을 위해 세 사람은 발표자와 실행위원으로 역할도 구분했다. 박 군은 “수상 마지막 순서까지 우리 팀 이름이 불리지 않자 대상일 거라는 느낌이 확 왔다”며 수상 당시를 회상했다.

 세 학생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홍 군은 IT쪽에 관심이 많아 요즘 C언어를 배우고 있다. 이번 수상을 발판으로 내년에는 중등부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박군은 IT 분야에 대한 관심을 최근 흥미가 생긴 경영공부로까지 확장시켜볼 생각이다. 최 군은 “대회 준비를 하면서 과학 성적까지 올라 앞으로 기발한 작품을 많이 만들고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차기 디지털 리더를 꿈꾸는 이들의 눈이 반짝 빛났다.

디지털리더 창의성 경진대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주최하는 대회로 디지털 과학에 대한 원리와 응용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 인재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7년부터 개최했다. 올해는 예선을 거친 초등부문(25팀), 중등부문(20팀), 고등부문(26팀) 등 총 170여명이 참가했다.

<김슬기 기자 rooki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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