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연찬회 통해 본 박근혜의 당 쇄신 4대 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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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지난달 29일 심야까지 이어진 쇄신연찬회에서 현 홍준표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 제기된 ‘박근혜(사진) 조기등판론’은 당분간 물밑에 가라앉게 됐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든, 2선에 물러나 있든 향후 한나라당의 진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이 그라는 사실엔 조금도 변함이 없다.

 당 쇄신에 대한 ‘박심(朴心)’의 구상이 무엇이냐는 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측근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일단 박 전 대표는 전당대회를 자꾸 열어 당 간판을 바꾸는 데 회의적이라고 한다. 핵심 측근은 30일 “현 정부 출범 이후 한나라당도 네 번이나 대표가 바뀌었고, 과거 열린우리당은 10명도 넘는 대표가 들락거렸지만 국민 평가가 달라진 게 뭐냐”며 “진정 어린 반성으로 국민의 뜻에 부응하겠다는 자세를 먼저 보여야지 대표 교체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물 교체보단 정책·노선 교체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표’라는 정치공학적 계산만 따져 선거 때마다 자신에게 나서 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을 불편해 한다고 한다.

 또 다른 친박계 인사는 “박 전 대표는 당을 비상대책위 체제로 바꾸기보단 일단 홍준표 대표에게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홍 대표의 쇄신 작업이 지지부진하거나 국민에게 외면받는 결과를 내놓을 경우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 당을 지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천에 관한 한 박 전 대표는 “특정인이 좌우하는 공천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한다. 2008년 공천 때 심각한 당내 파동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엔 투명하고 개방적인 공천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당 지도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표는 당내 일부 의원이 거론하고 있는 ‘신당 창당’에 대해서도 책임정치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일 신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야권이 통합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여권이 분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정부 정책에도 박근혜 효과=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정부 정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음식점에 대한 세금 공제 우대 제도(의제매입세액공제)를 계속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지난 10월 18일 ‘범외식인 10만 결의대회’ 행사에서 “의제매입세입공제는 법제화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정부가 한 달여 만에 수용한 것이다. 예외 규정은 최소화하는 세제 원칙을 누르고 정책에도 ‘박근혜 효과’가 발휘된 셈이다.

김정하·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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