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우리 벤처 희망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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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까지 떠들썩하던 우리나라 벤처열풍이 코스닥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춤거리고 있다. 그동안 벤처 주식시장의 과열현상에 대해서는 ''벤처 거품론'' 등 말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나스닥-코스닥의 동반폭락을 두고 교육기반 및 기술수준이 낙후된 우리나라에서 벤처는 시기상조라고 한다. 또한 벤처기업의 질 역시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라는 사실은 주가폭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타당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또한 이는 선진국.개도국을 따질 문제도 아니다.

우리 벤처기업의 가능성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가 올 5월 홍콩.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개최한 투자유치행사 ''벤처 코리아 2000'' 과 6월초 새너제이와 뉴욕에서 개최한 수출상담회 ''코리아 벤처 플라자'' 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3D 게임, 디지털 통신장비 및 B2B 솔루션 등 인터넷 관련 유망분야 벤처기업들이 참가한 이 행사를 통해 6개월 이내 투자가능액 8천만달러 및 수출상담 총 4억2천8백만달러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우리 벤처업체에 대한 투자자나 바이어들의 관심 자체가 대단했다는 것이다.

현장을 지휘한 무역관장들의 보고에 따르면 나스닥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모건 스탠리 등 대형 투자자들이 한국의 유망벤처기업을 찾는데 집요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행사 당일 이외에도 최고경영자급까지 추가 동원해 상담을 추진하는 등 상담열기가 대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참가한 우리 벤처업체들의 업력(業歷) 이 5년을 넘지 않고 종업원 역시 50인 이하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및 기술수준이 미국과 일본을 좇아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 벤처기업의 기술과 제품에 대해 눈이 휘둥그레지는 선진국 기업가나 투자자들이 많다.

인터넷 신경제가 워낙 세계적 현상이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반한 신상품이 선진국에서도 새롭게 비치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즉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사업화하려는 노력과 아이디어가 벤처기업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현재 우리 기술수준이 어느 정도인가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얼마나 빨리 이용할 것인가다.

또한 우리 벤처기업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코스닥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게 된 차제에 적극적인 해외시장개척 등을 통해 사업 내실을 탄탄히 다져나가는 것이 어떨지.

벤처산업은 애초부터 정보통신혁명에 의한 글로벌리제이션을 배경으로 태동했다. 따라서 벤처기업은 창업 당시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활동 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성장잠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국내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하면 곧 다른나라의 유능한 업체에 국내시장을 빼앗기는 것이 벤처기업의 태생적 운명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뚜렷한 수출실적은 투자자들에게 더 없는 설득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벤처업체수가 6천개를 상회하고 있으나 수출기업은 2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벤처기업으로서도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으나 자금 및 인력부족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KOTRA도 사업역량을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단순히 벤처 관련사업만 늘린 것이 아니다.

지사화 제도를 도입해 현지 무역관을 우리 벤처업체들이 직접 해외첨병으로 활용토록하는 등 근본적 사업체질을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벤처기업들이 KOTRA와 함께 세계시장을 누비게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황두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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