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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안면홍조증

중앙일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겨울이 되면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증을 겪는 사람이 많다. 이는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서 얼굴의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인데, 몸을 녹인다고 뜨거운 음료를 자주 마시게 되면 이러한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꼭 겨울철이 아니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라는 분도 많다. 오죽하면 안면홍조증으로 고생하는 왕따 선생 ‘양미숙’을 소재로 한 ‘미쓰 홍당무’란 영화가 있을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단순히 생리적인 현상인 경우가 많다. 열이 날 때,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열을 식히기 위해 얼굴의 혈관이 늘어나 벌개지고 땀을 흘리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조금만 당황하면 얼굴이 금세 붉어지기도 한다. 갑자기 당황하거나 부끄러워지면 자율신경이 혈관을 확장시켜 안면홍조가 심해지는데 특히 여성에게 더 흔하다.

안면홍조로 가장 특징적인 게 폐경이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멈추게 되면 열을 느끼는 온도의 기준이 낮아지면서 쉽게 덥다고 느끼게 되고 그 결과 자주 땀이 나면서 얼굴이 붉어지게 된다. 폐경기의 안면홍조는 3~5분 정도 지속되다 회복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남자들도 드물긴 하지만 노화에 따른 남성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안면홍조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술을 마셔도 혈관이 늘어나서 얼굴이 붉어진다. 어떤 사람들은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새빨개진다. 이는 알코올의 대사 과정 중 생기는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특히 아시아인에게 많다. 이 경우는 안면홍조뿐 아니라 가슴 두근거림, 두통 등의 증상이 같이 나타나게 된다.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가 유전적으로 없는 사람들에서 식도암이 생길 확률이 5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조금만 술을 마셔도 금방 얼굴이 벌개진다고 해서 식도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검사에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의 결핍 유전자가 있는 경우에만 그렇다고 하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와인에는 알코올 성분 외에도 타이라민 같은 혈관 확장 물질이 들어 있어 더욱 얼굴을 붉게 만든다. 적포도주를 마신 뒤 얼굴이 금방 벌개지는 것은 포도주 색 때문이 아니다.
과도한 햇빛(자외선) 노출에 의해서도 얼굴 피부가 벌개질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은 햇빛을 조금만 받아도 민감하게 얼굴이 발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외선은 혈관을 구성하는 탄력섬유를 파괴해 혈관 확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안면홍조증은 질병에 의해서도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선 피부 질환인 장미증이란 질환은 딸기코란 별칭으로 유명한데 얼굴의 혈관이 늘어나고 발진이 생기면서 홍조증이 동반된다. 장미증의 경우 안면홍조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의심해봐야 한다. 복용 중인 약물에 의해서도 안면홍조가 나타날 수 있는데 혈압약이나 협심증약 일부, 발기부전 치료제 등이 이에 해당된다.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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