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녀 “최연소 지점장 될래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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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호 04면

김예은(17세) ●국민은행 광화문 지점 ●대전여상 졸업반

“최연소 기록, 금융권 최연소 지점장 되는 걸로 밀고 나갈 거예요.”

여상의 꿈, 은행에 들어가다

국민은행 서울 광화문 지점에서 22일 만난 김예은양의 꿈은 당찼다. 내년 2월 대전여상 졸업 예정으로, 학교를 일찍 다녀 1994년생 만 17세다. 10월 입사해 이달 초 지점에 창구 텔러로 배치됐다. 국민은행 전체에서 최연소란다.

김양은 일찍이 중학 때부터 대학 가지 말고 일찍 취직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안 형편이 어렵기 때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편도 아니다. “대학 가면 아빠ㆍ엄마 돈 써야 하는데, 일류대학 갈 만큼 공부를 잘하진 못했어요. 취업 후에도 대학 갈 수 있으니 우선 돈을 벌고 싶었어요.” 실업계 고교를 나와 취직 후 대학에 간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 어머니와 중학 담임 선생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여상에 진학했다.

대전여상에선 은행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전산회계 1급 등 13개의 자격증을 땄다. 성적은 상위 5% 이내였다. 교내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하고 전교 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활달하게 지냈다. 예뻐지려고 살도 애써 뺐다. 한때 80㎏에 육박했던 몸무게가 지금은 50㎏대다.

올봄 국민은행은 10년 만에 고졸 공채를 했다. 교장 면접 등 엄격한 교내 선발 과정을 거쳐 지원서를 냈다. 바늘구멍을 뚫은 8명 중 한 명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학교엔 축하 플래카드가 나붙었고 온 가족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같은 학교 다니는 여동생은 “친구들이 언니 이야기 많이 한다. 나도 은행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동생에게 목표를 제시해 준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김양은 “고졸이니까 관심을 끄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열심히, 정확히 일을 배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신조는 ‘한 번 물어본 것 또 물어보지 말자’다. 대학 가는 친구들 부럽지 않다. “지금은 일 열심히 하고 공부는 필요할 때 하겠다”고 말했다.

최연소 타이틀이 붙은 만큼 ‘금융권 최연소 지점장’이 장래 꿈이다. 중간목표 두 가지를 정했다. 몇 년 뒤 전환고시에 합격해 무기 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신승철 수석지점장은 “능력과 의욕이 엿보여 전환고시는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3년 뒤에는 재직자 특별 전형을 통해 대학에 가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단다.

이달 산업은행 공채에 합격한 서울여상의 김다솜(18)양의 꿈도 ‘지점장’이다 파생상품 투자상담사 같은 쉽지 않은 자격증을 많이 따놔 업무에도 자신 있다. “어린 나이에 취업 전선에 나서는 게 안쓰럽다”고 위로를 건네는 어른들이 간혹 있지만 “취직 안 되는 대졸자들보다 여기까지 된 것이 다행스럽다”고 응수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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