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정책 갈증…'낮잠 국회' 깨어날지

중앙일보

입력

휴가철이다. 무더위에도 경제는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지난주 은행 파업이 하루만에 끝났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은 아니며 시장의 힘에 밀린 정부와 은행 노조가 임시 봉합한 수준이다.

국민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더 부어야 하고, 9월까지 시간을 준 뒤 10월에는 합치든지 따로 가든지 결론내야 한다.

지난주 발표한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심사기준은 혼자보다 여럿이 신청해야 좋은 점수를 받도록 했다.

어떻게 주주를 구성하고 주식을 배분하느냐가 1백점 만점에 8점이나 되므로 LG.SK 등 대기업이 끌어들이려는 중소 통신업체의 몸값이 뛸 것 같다.

지리하게 끌어온 현대 사태도 변화를 맞을 것 같다. 공정거래위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 일부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공정거래위원장은 외국에 있는 정몽헌 회장이 귀국하면 만나 담판할 예정이다.

1분기 중 경기가 꼭대기점을 지났다는 분석과 함께 여러가지 지표는 경기상승 속도가 둔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가 불황으로 빠져들기 전에 금융이 바로 서야 어려울 때 견딜 수 있다.

아직까진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등 제 기능을 못해도 기업들이 장사를 잘한 덕분에 여유가 있어 버티지만, 경기가 나쁜데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은행 등 금융회사가 제 일을 못하면 기업도 은행도 함께 어려워질 것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무한경쟁 체제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돌파하지 못하면 제도라도 안정되고 정책 방향이 분명해야 할텐데,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제도는 엉망이고 정책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개혁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그 개혁 작업이 자신에게 다가오면 안된다고 야단이다.

미국이 오랜동안 싸우던 베트남과 지난주 무역협정을 맺었다. 그곳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제3국에로의 수출 길이 열린다며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의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심상찮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지난 6주 동안 14%나 떨어졌다.

해당 국가의 정치불안에서 비롯된 현상이라서 동북아시아로 확산하진 않아 1997년 위환위기로까지 번지지는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 덕분에 외국 자본이 한국으로 몰려 증시에는 보탬이 되고 있지만 언제 빠져 나갈지 모르는 자금이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은 어느새 30%에 육박했다. 경영을 잘못했다간 외국 자본이 뭉쳐서 회사를 삼키려들지 모른다.

바깥 세상은 이같이 휙휙 돌아가는데 공들여 뽑은 16대 국회는 그전과 별 차이없이 또 쌈질로 찜통 더위를 부채질하고 있다.

의약법 개정.금융지주회사법 제정.추경 예산안.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의 등 할 일이 쌓여있는데 말이다.

이러다간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8% 같이 자질이 떨어지는 의원을 퇴출시키는 기준을 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