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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의 매력 발전소] ‘울랄라세션’ 임윤택, 동생들이 절대 따르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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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가수 이승철은 오디션 무대에 선 그들의 무대를 보고 ‘이건 반칙이지~’라는 극찬으로 그들을 치켜세웠다. 가수 박진영은 ‘스윙 베이비’(swing baby)로 무대를 꾸민 그들을 보며 ‘당신들, 미친 사람들…’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랬다. 그들은 프로를 뺨치듯 뛰어난 춤과 노래, 무대연출로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들의 무대가 돋운 흥에 겨웠고 그들이 꾸밀 다음 무대를 기다리곤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그들의 리더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른 초반밖에 안 된, 15년 무명생활 끝에 이제야 빛을 보게 된 리더 임윤택은 아프다. 많이 아프다. 그러나 그는 아파 보이지 않는다. 놀랍도록 에너지 넘친다. 그는 그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화제에 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와 울랄라세션(사진)이라는 그룹의 존재가 드러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3’에서 그는 자신이 위암 4기라는 것을 끝까지 알리지 않으려 애썼다고 한다. 남의 아픔마저도 악플의 대상이 되곤 한다는 것을 어디서 들어서일 수도 있지만, 우선은 그 자신이 공연으로만 주목받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그보다 더 사실에 가까운 또 다른 이유는 그의 너무나 긍정적인 태도, ‘암인들 어쩌겠어. 사는 동안 멋지게!’라는 태도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그와 3시간여의 인터뷰를 끝낸 후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 더구나 그런 생각과 행동의 일치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그가 특별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존재하는 다른 3명의 재기 넘치는 청년들. 그들은 하나같이 ‘사연’이 있었다. 세상 그 누구든 사연이 없을까마는 그들이 음악과 춤의 세계로 진입한 이야기는 더도 덜도 아닌, 딱 영화화하기 좋을 만큼의 ‘자기 극복’ 스토리다. 리더 임윤택을 중심으로 그들은 저마다 ‘찐한’ 인생 이야기를 안은 채 만나 지난 15년 동안 2평 남짓한 방에서 동네 사람들의 ‘조용히 해라, 잠 좀 자자’는 항의를 꿋꿋이 견뎌내며(?) 실력을 단단히 쌓아갔고 결국 197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위를 거머쥐는, 그들 스스로도 말하길, 기적을 연출해 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넋 놓고 듣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형과 동생들이라지만 리더 한 명을 향한 다른 세 명의 ‘충성’이 너무도 남달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지? 이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은?’

 리더 바로 아래 동생인 박승일은 엉뚱한 이야기부터 들려준다.

 “형이 가끔 잠수를 타요. 캥거루 보고 싶다며 갑자기 호주로 날아가고 사케가 먹고 싶다며 일본으로 가고. 더구나 카드대금으로 쓰려 했던 돈을 갖고 가버리면 돌아버릴 지경이 되곤 하죠. 하하하.”

 “그러나 우리 모두 형이 떠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요. 떠나기 직전까지 모두를 위해 한 번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 참아내고 표시 내지 않다가 폭발하기 직전이 되면, 동생들에게 화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조용히 떠나는 것이죠. 그리고 돌아올 땐 반드시 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나타나거든요.”

 또 다른 팀 내 리더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형은 우리 각자의 특성을 잘 알아요. 그래서 한 명 한 명 각자에게 맞게 대해줘요. 뒤에서 혼자 고생을 다하면서요, 이번에 아픈 것도 전혀 티를 안 냈죠.”

 또 다른 동생, 경쟁하듯 첨가한 말.

 “그러고는 늘 행동으로 보여줘요. 형 믿지? 하고 나서 그대로 안 된 적이 없어요. 지난 15년 동안 그랬어요. 그래서 신뢰하는 거죠.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계획을 이야기하면 저희는 그저 ‘네’라고 대답하죠. 아니까요.”

 팀원들이 리더에게 갖는 신뢰는 절대적이다. 15년 동안 변함없이 같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입으로만 하지 않았기에, 팀원들을 먼저 챙긴다는 것을 경험칙상 확신했기에, 게다가 인간적으로 세심했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흐뭇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세상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사람들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유명세와 돈이 갈라놓지 않겠느냐고. 박승일은 쐐기를 박듯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지난 15년 동안 뭘 하기 위해 모인 적이 없어요. 같이 있기 때문에 무언가 만들어졌어요. 노래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닌, 모여 있다 보니 무언가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하게 되었어요. 무대에서 함께 즐기는 것을 중심으로 두고 있기에, 함께 있음이 목표예요.”

 함께 있음이 목적이란다. 각자 재기 넘치는 청년들이 단지 하나, 함께 있는 게 목적이라니 이들이 못 이뤄낼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쯤 되면 리더십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들은 서로의 신뢰로 강하게 접착되어 있는 것이다. 기적을 보여준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하는 그들. 그들이 변하지 않는 연대가 있다는 것을 끝까지 증명해 내기 바란다. 그래서 희망이 죽었다는 세대에 기적을 노래해 주길.

백지연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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