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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고대를 과학 고대로 … 세계 100대 대학 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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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병철(62) 고려대 총장은 24일 “‘민족 고대’를 ‘과학 고대’로 만들어 세계 100대 대학에 들겠다”고 밝혔다. 개교 이래 106년 만의 첫 자연계 교수 출신 총장인 그는 “인문사회계열 등은 강점이 많지만 자연계열 연구 수준을 높여야 글로벌 100대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자 수준의 나노기술을 정보기술(IT)에 접목한 IT나노, 생명과학과 의학을 융합한 바이오메디컬, 저탄소 등 그린에너지를 연구하는 에너지환경 등 세 분야의 융복합대학원을 만들어 자연계 연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총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총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과 홍릉과학벨트를 구축해 과학 메카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소개했다.

 -‘과학 고대’를 키워드로 한 이유는.

 “그동안은 ‘민족 고대 100년’이었다면 이제는 ‘세계 고대 1000년’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연계열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 대학의 연구실적을 평가할 때 자연계열 비중이 70%가량 된다. 1953년에 생긴 자연계열은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지 않지만 도약의 힘은 충분하다.”

 - 구체적인 계획을 알고 싶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들겠다. 세 분야의 융복합대학원에 대한 마스터플랜도 짜놨고 건물도 새로 지을 계획이다. IT나노 분야는 IT 기기의 소형화·이동성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연구다. 바이오메디컬은 고대의 강점인 생명과학과 의학을, 에너지환경은 그린에너지를 연구한다. 우리는 융합연구가 발전해 있다. 동아시아학, 한국특성학, 줄기세포연구단, 로봇건축, 뇌질환정복단 등 15개 융합연구단이 있고 임기 중 30개로 늘릴 예정이다. 홍릉과학벨트는 KIST와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고 석·박사 협동 과정을 운영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원천 기술을 개발해 과학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다.”

 - 전임 총장들도 연구를 강조했는데 성과는.

 “실행 과정에서 미흡했다. 취임 직후 기업의 기획실과 같은 미래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미래전략실을 만들었다. 또 대학 발전에 필요한 기금 마련을 위해 대외부총장 직제를 신설했다. 예산을 보면 세계 100대 대학의 3분의 1도 안 되는데 성공 여부는 모금에 달려 있다. 기부자가 원하는 용도로 쓰는 맞춤형 기부, 건물 신축 등을 벗어나 교육과 연구에 투자하는 사람 중심 모금 등을 계획하고 있다. 교수 개인이 수주했던 국책 연구과제에서 벗어나 학교가 나서서 국가발전에 필요한 대형 연구과제를 제안하고 수행하도록 하겠다.”

 교수 연구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김 총장의 소신은 뚜렷해 보였다. 그는 “일부 쉽게 가려는 교수도 없지 않았다. 모든 교수들이 열심히 연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 유인책을 두겠다”고 했다.

 - 발전계획이 자연계열에 치우쳐 인문계열이 섭섭해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로스쿨은 실무형 법조인뿐 아니라 순수 법학을 공부하는 학문세대 양성을 통해 다른 로스쿨과 차별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일본 대학 및 법조인들과의 교류가 활발한데 이를 통해 고대 로스쿨을 아시아의 법학 교육 허브로 만들겠다.”

 - 총장이 욕을 먹어야 대학이 발전한다는 말이 있다.

 “신임 교수들은 열심히 하지만 정착된 분들에 대한 촉진책이 부족했다. 스타 교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내년에 시작한다. 금전 보상과 같은 단기적인 인센티브보다는 정년을 연장하는 등 획기적인 평가시스템을 검토 중이다.”

 - 학교가 조용하다는 지적이 있다.

 “고대 문화가 끈끈하지만 치고 나가는 게 부족한 면도 있다. (웃으며) 뒤에 가서 뭘 챙기고 그런 걸 잘하지 못한다. 정체하고 ‘고대로’ 있어 고대라는 말도 있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설립자의 친손자로서 책임감도 있고 누구보다 고대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은 욕심도 있다. 정중동(靜中動)으로 나아가겠다.”

 -단계적으로 모든 학생이 장학금을 받게 하겠다는 의미는.

 “우리는 동문끼리 교우(校友)라고 부른다. 선배한테 받은 장학금을 후배에게 돌려주란 뜻에서 ‘릴레이 장학금’을 자율적으로 시작한다. 명예 장학금제도를 시행 중인데 장학금 받은 학생이 형편이 어려운 다른 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양보하는 것이다. 2학기에만 20명이 받았다.”

 - 서울대가 내년에 수시모집 비율을 80%까지 늘린다고 했다.

 “수시와 정시 모집비율이 69대31 정도인데 급격히 바꿀 생각은 없다. 단계적으로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뽑는 데 집중하겠다.”

인터뷰=양영유 사회1부장

정리=윤석만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김병철 고려대 총장=1949년 서울 출생. 서울대 축산학과를 나와 고려대와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축산가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85년 고려대 교수를 시작으로 26년간 고려대에 재직하며 생명과학대학장, 교무부총장을 등을 거쳐 올 2월 18대 총장에 취임했다.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 선생의 손자다. 서울대 재학 시절 학생 밴드인 샌드페블즈 결성에 참여해 1기 매니저로 활동할 만큼 음악에 관심이 많다. 나눔 활동을 중요시해 은평천사원(사회복지법인) 이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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