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어트' 공격에 나선 스파이크 리 감독

중앙일보

입력

영화〈패트리어트〉에 대하여 스파이크 리 감독이 '할리우드 리포터'지에 공개 항의서한을 보냈다. 흑인 인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리 감독이 영화속의 감춰지고 꾸며진 노예문제에 반기를 든 것.

영화는 3시간여의 상영시간 내내 흑인 노예제에 관한 것을 피해 가면서 이를 무시한 채 전개된다. 스파이크 리는 노예를 소유하지 않은 채 등장하는 멜깁슨의 꾸며진 캐릭터를 비난하고 각본을 쓴 로버트 로댓에게도 그 책임을 묻고 나섰다.

리 감독은 토마스 제퍼슨이나 조지 워싱턴같은 미국의 독립혁명가들 역시 많은 노예를 소유했었고 미국의 독립이 원주민의 대학살, 흑인노예제에 바탕을 두었다는 역사적 사실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다.〈패트리어트〉가 인물의 업적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서술하지 않은 것이 스파이크 리의 비난을 사게 된 요인.

〈모 베터 블루스〉나〈말콤 X〉등을 통해 미국사회 내 흑인들의 삶과 갈등과 정체성의 문제를 카메라에 담아온 리 감독은 이러한 인종차별적 요소에 자주 문제를 제기해 왔다.

오스카에서 흑인 배우들의 노미네이트와 수상이 적은 것을 비판하기도 했으며 영화〈재키 브라운〉에서 흑인을 낮춰부르는 '니거'라는 말이 자주 나온데 대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대립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군들의 잔인하고 포악한 모습만을 부각시켜 역시 영국인들의 항의를 받고 있는〈패트리어트〉는 주인공 '벤자민 마틴'이 실제 인물인 '프랜시스 마리온'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미화된 영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화에서 굳이 주인공 이름을 바꾼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라는 것. 오는 14일 영국에서의 개봉을 앞둔〈패트리어트〉는 보다 불거질 비판들과 함께 그 앞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국내에는 오는 22일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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