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닮은 꼬꼬면 마케팅 … 라면업계 ‘꼴찌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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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 22일 시작된 꼬꼬면의 2차 TV 광고는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의 TV 광고를 연상시켰다. 광고가 시작되면 ‘꼬꼬면이 제일 맛있을 때?’라는 커다란 글자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물의 양을 ‘500mL를 정확히 지킬 때’라는 답이 나타난다. 이어 ‘꼬꼬면이 제일 맛있을 때?’라는 질문이 다시 한번 반복되고 ‘딱 4분 동안 끓일 때’라는 자막이 나온다. 그리고 개그맨 이경규씨가 꼬꼬면을 먹는 장면이 나타나고 끝난다. 마치 애플의 TV 광고가 아이폰·아이패드의 사진 촬영, 음악 감상 등 대표적인 기능을 설명하는 것으로 끝나던 것과 닮았다. 유명 연예인이 라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을 중심으로 짜이던 기존의 라면 광고와 다른 방식이다.

지난 22일 시작한 꼬꼬면의 TV 광고 화면. 꼬꼬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라면 먹는 모습을 강조하는 다른 라면 광고와 차별화했다.

지난달 시작한 1차 TV 광고분도 라면 자체보다는 ‘라면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기존 라면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1차 광고는 새로운 맛을 암시하는 데, 2차에선 맛있게 먹는 법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며 “꼬꼬면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깔끔한 형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TV 광고뿐 아니다. 꼬꼬면의 출시 및 마케팅 과정은 애플과 일맥상통한다. 전문가들은 ‘제품’을 ‘제품을 만든 사람’과 연결시킨 것을 가장 닮은 점으로 꼽았다. 박재항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은 “마치 애플을 스티브 잡스와 동일시하듯, 꼬꼬면은 이경규씨와 동일시됐다”며 “이경규씨는 꼬꼬면의 브랜드 크리에이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라면업계의 만년 ‘꼴찌’ 한국야쿠르트가 이경규라는 브랜드를 업고 반란에 성공한 셈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최용민 차장은 꼬꼬면을 사업화한 주인공으로 이경규씨와 함께 유명세를 치렀다. 최 차장은 올 3월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이경규씨의 꼬꼬면을 맛본 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건 된다’는 감이 왔고 남들이 먼저 제품화하지 않을까 초조해졌다. 다음 날 아침 이경규씨 측에 제품화하겠다고 전화하니, 오후에 이경규씨가 다시 전화를 걸어와 ‘정말 하실 거냐’며 웃었다. 한 달 만에 계약을 마쳤다”고 전했다. 꼬꼬면이라는 이름도 그대로 썼다.

  이 소식은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번졌다. 한국야쿠르트는 SNS를 적극 활용했다. 출시를 두 달 앞둔 6월부터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시식 행사를 벌였고, 이들의 평가를 실제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했다. 8월 출시 이후엔 트위터·블로그·페이스북을 통해 이벤트를 계속했다. 이를 통해 제품 출시부터 개발 및 마케팅 전 과정을 일반인들과 공유하는 효과를 얻었다.

 출시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의견을 제품 개선에 반영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말부터 꼬꼬면을 끓일 때 넣는 물의 양을 바꿨다. 그 전까지는 대부분의 라면들이 채택하고 있는 물의 양인 550mL를 표준량으로 삼아 봉지 뒷면에 표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경규씨가 선보였던 원래 꼬꼬면대로 물의 양을 500mL로 하는 편이 더 맛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봉지 표기를 바꿔 버렸다. 이와 동시에 라면 봉지에 QR코드를 삽입해 맛있게 먹는 법을 동영상으로 안내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이경규씨가 등장해 ‘물의 양을 맞추기 어려우면 500mL 생수 한 통을 이용하라’거나 ‘꼬들꼬들한 면을 원하면 3분30초만 끓이고, 부드러운 면을 원하면 4분30초를 끓여라’는 등의 조리법을 상세하게 알려줬다.

 지난 11일엔 개그맨 이경규씨와 한국야쿠르트가 가칭 ‘꼬꼬면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착한 라면’ 이미지를 쌓았다. 이 장학재단은 한국야쿠르트와 이경규씨가 꼬꼬면을 판매해 얻는 수익을 정기적으로 적립해 운영될 예정이다.

 꼬꼬면을 시작으로 하얀국물 라면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꼬꼬면 열풍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도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엔 오뚜기도 ‘기스면’을 선보이며 흰색 국물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 이후 변하지 않던 빨간 국물 라면 시장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박재항 본부장은 “마치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후 구글·노키아·삼성전자 등이 잇따라 경쟁 제품을 출시한 것처럼 꼬꼬면에 이어 경쟁업체들도 비슷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확고한 시장을 형성해 냈다는 점도 애플의 아이폰과 비견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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