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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외환은행 ‘먹튀 논란’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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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운열
서강대 교수·경영학부

금융위원회가 최근 론스타에 대해 외환은행 주식을 조건 없이 6개월 이내에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려 ‘외환은행 사태’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완전 인수한 2003년을 회고해 보면 이 은행은 카드 대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부실채권이 급격히 증가해 부도 일보 직전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 공적자금을 투입해 외환은행을 회생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권은 공적자금 투입을 반대했다. 1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도, 2대, 3대 주주인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증자에 반대했다. 국내 산업자본은 은행 소유가 금지되어 있는 상황에서 각 은행장들을 만나 인수를 타진했으나 어느 은행도 외환은행 인수를 원하지 않았다. 은행을 살리는 유일한 길은 외자를 유치하는 것밖에 없었다.

 아무리 다급해도 정책당국은 론스타 같은 해외 사모펀드가 은행 인수에 적합한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다 철저히 했어야 했다. 한 나라 경제에서 은행의 중요성을 감안해 외국 사모펀드에 은행을 인수시키는 사례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직·간접적인 이해당사자 모두 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금융감독원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조사에서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로 최종 판단한다면 론스타는 한국의 실정법을 교묘하게 회피했다는 도덕적 비난을 받을 것이고, 세계적인 사모펀드로서의 명성 추락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론스타의 ‘먹튀’ 논란에 대해 우리는 보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위험을 감당하고 투자한 외국자본에 대해 ‘먹튀’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완전 인수한 2003년 10월 말 종합주가지수는 780 수준이었다. 18일 종합주가지수가 1876인 것으로 보면 론스타가 한국에 들어와 주식시장에 투자했다면 최소한 평균 14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론스타는 그사이 배당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고 하나은행과 체결한 계약대로 수익을 챙긴다고 해도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굳이 ‘먹튀’ 논란으로 한국이 외국자본에 비우호적이라는 인상을 주어 우리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세계적인 사모펀드로서 론스타는 작금의 국내 분위기를 감안해 지나친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대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몇 가지 값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외국 사모펀드가 은행과 같은 기간산업을 인수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고, 금융기관을 매각할 때는 임직원 적격성 못지않게 대주주의 적격성을 철저하게 심사해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은 가능하면 재량권을 최소화하고 법과 절차에 따라 주요 사안을 투명하게 처리함으로써 소모적인 논란의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더 이상 시간과 에너지 낭비 없이 국익의 관점에서 주요 현안이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운열 서강대 교수·경영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