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은 타임머신, 전 세계로 순간이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박범신 작가는 “내 안엔 늙지 않는 짐승 같은 게 있다. 그게 창조적 자아인 셈”이라고 말했다.

“제 어머닌 시골에서 평생 무학으로 사셨고, 미적 감각 같은 것도 없었어요. 근데 가을이면 동네에서 제일 고운 단풍잎을 주워와 초가집 문짝 새 창호지에 발라 넣으셨죠. 나는 그런 게 창조적 자아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안에 있어요. 이건 본능 같은 거라서 아무리 높은 자리를 가거나 돈을 많이 벌어도 일상 속에서 창조적 자아를 발휘하지 못하는 삶은 불행한 거랍니다.”

 ‘영원한 청년’으로 불리는 박범신(65) 작가의 말에 180여 청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의 복합문화공간 ‘행복한 모루’. 최근 39번째 장편소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를 펴낸 박 작가가 이곳을 찾은 것은 제4회 독서나눔콘서트 ‘창조시대 청소년기의 책 읽기’ 강연을 위해서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초·중·고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당일 오전 서울에서 차량으로 3시간 길을 달려왔음에도 박 작가는 시종 선 채로 말을 이어갔다. 히말라야를 열댓 번 다녀온 반(半)산악인답게 ‘청년’의 기개가 넘쳤다. ‘꼰대’(꽉 막힌 늙은이)처럼 “무조건 책을 읽어라”라고 하지도 않았다.

 “책은 양면성이 있어요. 우울하고 염세적인 청년은 유해한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함부로 읽으면 위험하죠. 하지만 책은 가장 저렴한 레저예요. 타임머신처럼 과거와 미래를 다녀올 수도 있고, 순간 이동하듯 전 세계를 갈 수도 있죠. 단언컨대 책을 읽은 것과 안 읽은 청소년기로 인생이 달라집니다.”

 젊음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젊었을 때, 세계는 미쳐 있고 나는 정상이거나 내가 미쳤는데 세상은 정상인 것 같아 괴로웠어요. 그때는 내 안에 가득한 빛을 보지 못했어요. 여러분 모두 내면에 빛이 있어요. 그 빛을 따라가는 삶을 사세요. 그게 때로 부모의 뜻을 반역하는 것일지라도.”

 대입 수능을 마치고 강연을 들으러 온 정여진(강일여고3)양은 “내 안에 빛이 있다는 말씀에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강릉=강혜란 기자

 
◆‘연탄길’의 이철환 작가와 만나세요=독서나눔캠페인이 독자 여러분의 참여 신청을 받습니다. 마지막 5회차 행사는 26일 『연탄길』의 이철환 작가와 전북 전주에서 열립니다. 주최: 문화체육관광부·중앙일보, 주관: (사)한국문화복지협의회, 협찬: 대우증권·11번가·도서출판아람, 문의: 02-737-0511, book@moonbok.or.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