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파업에 즈음한 특별담화문 전문]

중앙일보

입력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의 파업 강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은행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하여 금융노조측과 수차에걸쳐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금융개혁을 사실상 철회하라는 극한 요구를 내세웠으며 이는 정부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난 2년반동안 6.25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 경제위기를 온 국민의 노력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경제 각 부문에서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요소를 털어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혁이 추진되면서 많은 분들이 직장을 잃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아픔을 겪었지만, 우리 모두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이를 이겨냈습니다.

특히 은행을 포함한 금융부문에서도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일부 은행이 퇴출되고 인원이 감축되는 1차 금융개혁이 있었습니다. 우리경제가 지금 어느정도 회복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삶의 터전인 은행을 떠나야 했던 많은 분들과 그 가족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엄청난 시련을 참고 이겨내신 은행원여러분과 그 가족들께도 심심한 위안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고 머물러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과거의 부실을 정리하는 1차 금융개혁은, 우리 금융기관들이 장차 국제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유도하는 2차 금융개혁의 밑거름에 불과합니다. 대형화되고 선진화된 세계유수의 금융기관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부실정리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개혁에 의한 경쟁력 제고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금융개혁은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미루자고 해서 미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부문의 장벽이 무너지고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우리 금융기관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생존의 과제인 것입니다.

금융 각 부문을 선진화시키는 2차 금융개혁은 단순히 부실을 정리하는 1차 금융개혁보다 훨씬 힘이 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1차 금융개혁으로 만족하고 3년간 그대로 가자는 금융노조의 주장은 금융개혁은 사실상 포기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금융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당장의 큰 어려움은 모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금융산업이 과연 얼마나 버틸수 있겠습니까? 결국 가계나 기업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성과에 만족하여 그동안 우리가 흘린 피와 땀을 헛되이 할수는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는 파업에 대비하여 국민 여러분의 생업과 기업의 영업활동에 미치는 불편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먼저, 은행의 전산시스템이 정상 가동되어 예금지급과 교환결제 등의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파업 종료시까지 어음과 수표에 대한 부도를 유예하고, 수출입금융과 어음할인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며, 예금인출에 대비하여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하였습니다.
아울러, 파업직원의 업무방해를 막고 고객의 금융거래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직원과 경찰관이 은행의 영업점에 상주토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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