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1명 중 5명 장애인…빵굽기 배우며 꿈 키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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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예비 사회적기업’ 해피쿠키 직원들이 빵을 굽고 있다.

경북 김천에 있는 제빵·제과 업체 해피쿠키는 전체 직원 11명 중 5명이 장애인이다. 특히 4명은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지난해 7월 설립된 해피쿠키는 우리 밀로 빵과 쿠키를 만들어 김천지역 초등학교 8곳에 납품하고 있다. 또 회사와 YMCA에서도 판매한다. 한 달 매출은 900만원 안팎이다.

 직원들은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받는다. 일주일에 5일 일하고 받는 최저임금이다. 월급은 정부와 경북도·김천시가 90%를 지원한다. 빵과 쿠키를 팔아 올리는 수익금은 매장 유지비와 임대료·재료비 등으로 쓴다.

 이덕기(41)씨는 해피쿠키를 이끌어가는 팀장이다. 사회복지사 겸 제빵기술사인 이씨는 이곳에 몸담으면서 한동안 그만둔 제빵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는 “5년을 목표로 장애인에게 제빵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며 “장애 직원은 지금 포장을 같이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빵 굽는 기술까지 익혀야 비로소 직업인으로 한 몫을 하게 된다. 빵 재료는 우리밀살리기본부의 밀가루를 쓴다. 쿠키용은 김천의 유기농이 재배한 통밀을 사들인다.

 해피쿠키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이른바 ‘사회적기업’의 전 단계인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김천시는 관련 조례를 만들어 행사 등 빵이 필요할 때 예비 사회적기업인 해피쿠키 빵을 우선 구입하고 있다. 지난번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는 하루에만 30만원 어치를 주문했다.

 해피쿠키는 ‘한걸음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누리복지재단(대표 최은희)이 세운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한걸음 어린이집은 갓난 아기부터 12세까지 뇌병변·지적장애 등 장애인 어린이만 47명이 모인 곳이다.

 최 대표는 “장애인 어린이들이 자란 뒤 사회로 진출할 때를 대비해 미리 일터를 만든 것이 해피쿠키”라며 “적어도 장애인 20∼30명을 고용할 수 있는 회사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역에 ‘예비 사회적기업’ 60곳을 지정, 육성해 왔다. 도는 이들 기업에 그동안 인건비와 경영컨설팅을 지원해 왔다. 도는 이들 가운데 해피쿠키 등 경영이 견실한 6곳을 다음 단계인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최근 고용노동부에 승인을 신청했다.

 도는 이달 30일까지 다시 내년도 예비 사회적기업을 신청받는다. 도는 2014년까지 사회적기업 100곳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취약계층에 더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신청하려면 경북도나 시·군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송의호 기자

◆예비 사회적기업=저소득층이나 장애인·다문화가정·고령자(55세 이상) 등 취약계층 30% 이상을 고용하거나 취약계층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지닌 기업이다. 지정되면 인건비 등을 지원받는다. ‘예비 사회적기업’은 2년 안에 취약계층 50% 이상 고용 등 좀 더 조건이 엄격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정되면 3년간 더 인건비 등을 지원받은 뒤 독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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