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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회법 절차대로” … 24일 강행처리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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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오른쪽)와 20여 명의 재선의원들이 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여의도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가 “오후에 예정돼 있는 의총을 연기하자”고 말한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왼쪽)를 향해 “뭘 의총을 연기를 해”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한나라당에선 이제 강행처리의 외길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16일 민주당의 양국 장관급 서면 합의서 요구에 대해 “양국의 책임 있는 분들이 ISD 문제를 재협상하기로 했으면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며 “그걸 다시 문서로 해오라는 것은 외교관례상 무리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대변인도 “민주당이 서면합의서를 받아오라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을 믿지 못하고 미국 장관은 믿는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며 “이 요구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결례의 도를 넘어 모욕에 가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내에서 홍 대표 등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동안 온건파를 측면 지원했던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외통위원장의 입지는 좁아지는 형국이다. 홍 대표는 이날 재선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진 후 기자들에게 “국회법 절차에 따라 FTA를 처리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정권 사무총장도 민주당 의총 후 “단독 처리 수순으로 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경파들은 24일 본회의를 유력한 비준안 처리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이 과연 강행 처리를 할 만큼의 전력(戰力)을 확보하고 있는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강행 처리를 하려면 국회 재적 과반수(148석)를 확보하는 게 기본 요건이다. 현재 한나라당 의석은 169석이기 때문에 숫자상으론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비준안 합의 처리를 요구하며 단식 중인 정태근 의원 등이 제안하는 ‘여야 온건파 절충안’에 서명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날까지 50명에 육박한다. 명단엔 물리적 충돌 시 ‘최전방’에 배치될 초선 의원들이 상당수다. 이들이 대거 빠지면 표결 자체가 정족수 부족으로 불발되거나, 표결을 시도하더라도 야당의 육탄 방어를 뚫기 어렵다. 특히 한·미 FTA 비준안은 본협정뿐 아니라 14개의 부수법안을 함께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표결 시간만 30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안정적으로 회의장 질서를 장악하지 못하면 도중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직권상정의 열쇠를 쥔 박희태 국회의장 측도 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자체 절충안을 모색 중인 한나라당 홍정욱, 민주당 김성곤 의원 등 ‘여야 협상파 6인 회의’는 민주당 의총 뒤 긴급 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통령 약속을 못 믿겠다고 서면 합의를 요구하는 민주당 태도를 비판했고, 민주당 측은 “기존에 강경파가 압도했던 의총 상황이 오늘 5대5로 바뀐 것만 해도 희망의 불씨가 보인다”는 입장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협상파는 아직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결국 홍 대표가 온건파 의원들을 설득해 비준안 처리 과정에 동참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비준안의 향배도 결정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17일 오후 의총을 열어 비준안 처리 방침을 논의키로 했다.

김정하·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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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現]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19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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