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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공무원 연금법 왜 시끄러운가]

중앙일보

입력

공무원 연금제도 개정을 놓고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여론은 비판적이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3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벌이고 있는 공무원 연금제도 설명회 일부를 지방 공무원들이 보이콧하고 있다. 반발 이유는 간단하다. 돈 문제다. 이미 퇴직한 선배 공무원에 비해 연금 부담은 늘고 지급액이 적기 때문이다.

원인은 연금기금이 바닥난 데 있다. 1997년 6조2천15억원에 달했던 기금 총액이 99년에는 2조6천2백90억원으로, 올해는 7천6백34억원으로 줄었다.

공직 구조조정으로 명예 퇴직자가 급증하면서 '연금 수혜자가 늘었고, '자연히 기금도 구멍뚫린 독처럼 새나간 것이다. 정부는 재정자금에서 1조원을 긴급 차입해 구멍을 땜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땜질 처방은 오래갈 수 없다. 근본 원인은 연금의 '저(低)부담 고(高)지급 체계' 에 있다. 당초 제도 도입 당시 너무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었던 것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수술은 필수라고 말하고 있다.

공무원 개개인과 국가가 내는 연금 부담은 월 보수액(본봉.기말수당.정근수당.장기근속수당의 합계)의 15%다. 각각 7.5%씩 낸다.

그런데 연금 수령액은 월 보수액의 50~76%다. 적게 내고 많이 받기 때문에 연금 수혜자가 늘수록 적자 폭이 커진다.

실제로 82년 3천7백여명이던 연금 수령자는 98년 말 8만9천여명, 99년 말 12만8천여명으로 늘었다. 퇴직자 증가로 지출 요인은 많아졌는데 연금을 부담할 재직 공무원은 줄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선택의 여지가 좁다. 줄어든 재직 공무원으로부터 재정을 염출할 수밖에 없다.

장기근속 공무원들의 반발은 이래서 나온다. "연금만 바라보고 열심히 일해왔는데 이제 와서, 하필 지금 개편하느냐" 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서 재원을 끌어오기도 힘들다. 국민들은 "공무원의 연금 손실을 왜 세금으로 충당하느냐" 는 불만을 털어놓는다.

공무원들은 연금을 타는 시점 또한 불만이다. 현재는 96년 이전 임용자의 경우 20년 이상 근속했으면 퇴직 즉시 지급한다. 그런데 행자부가 검토하고 있는 안은 60세부터 지급하는 것이다.

종전에는 40대 중반만 돼도 연금을 지급했었다. 이에 따라 퇴직자들이 제2의 직장에서 급여를 받으며 연금도 받는 '국내 유일의' 특혜를 누려왔다.

정부는 다만 경과규정을 두어 내년부터 연금 지급 시점을 50세 또는 52세로 제한하고 2년마다 1세씩 올려 2017년 또는 2021년부터 60세가 되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법 시행 당시 20년 이상 재직자는 퇴직 직후 연금을 지급키로 했다.

정부는 여론을 수렴해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국 1백10개 공무원직장협의회로 구성된 직장협의회 발전연구회는 공청회나 간담회 자체를 거부해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은 "공무원 대표들과 함께 '공무원연금제도 개선위원회' 를 동수로 구성해 재논의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행자부는 이에 대해 "대다수 공무원들이 납득하고 있는데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조직력 강화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이라고 주장한다. 의료계와 금융계에 이어 공무원들도 집단 이기주의에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은 어차피 잘못 설계돼 시기만 문제였을 뿐 적자 재정이 불가피, 구조 개편이 필요했던 만큼 공무원들에 대한 진지한 설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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