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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만 전자업계, 경쟁 심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대만 전자업계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 시장에 대만이 도전장을 내민데 이어 대만의 아성인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한국업체들이 뛰어들면서 두 나라의 충돌은 점점 격해질 전망이다.

▶ TFT-LCD : 대만의 도전이 가장 거센 분야이다. 대만은 지난해 19억달러를 TFT-LCD 분야에 투자, 11억달러를 투자한 한국을 이미 앞질렀다. ADT, CPT, CMO 등의 업체들은 속속 양산체제를 갖춰나가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TFT-LCD 가격은 대만의 양산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로 올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업계는 이에 대해 대만은 결코 적수가 못된다고 반박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만업체들은 초기 생산과정에서 생산성을 올리지 못하는 어려움과 가격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TFT-LCD 시장은 한국의 주도권이 이미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노트북 생산국가인 대만이 자국업체들로부터 LCD를 공급받을 경우 한국은 중요한 수요처를 잃게 된다. 게다가 일본업체들은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에 기술이전을 계속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사는 대만의 TFT-LCD 산업이 매년 90%씩 성장, 2005년에는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 반도체 파운드리 : LCD와 반대로 한국이 대만에 도전장을 내민 분야이다. 설계 전문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비메모리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산업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 분야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퀘스트는 파운드리 시장이 매년 29%씩 성장, 2003년 189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올들어 국내 전자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전자, 아남전자에 이어 동부전자가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며 삼성전기도 사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계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의 아성을 한국이 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계 1위업체인 TSMC의 올해 설비투자액은 45억달러, 경쟁사인 UMC는 30억달러다.

1조원을 넘지 못하는 국내업체들의 투자액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게다가 IBM, 미쓰비시, 모토로라 등 탄탄한 고정거래선을 한국업체들이 따낼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 전망 : 전문가들은 한국이 ''차별화 전략''을 취할 것을 권고한다. 공급이 조금만 많아도 가격이 폭락하는 TFT-LCD, 파운드리 산업의 특성상 비슷한 시장을 놓고 싸우는 것은 출혈 경쟁만을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TFT-LCD 분야에서는 PC모니터 시장과 의료기기, LCD TV, 항공기 등 응용 LCD 시장에 적극 진출,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분야에서는 국내 비메모리 산업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삼성, 현대전자와 설계 전문업체들의 비메모리 역량이 커질 때에만 파운드리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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