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효자상품' 껌 판매에 적신호

중앙일보

입력

롯데신화의 일등공신인 껌제품의 판매와 신뢰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껌제품은 롯데그룹의 신격호(辛格浩)회장이 일본에서 일궈낸 성공을 모국에서도 재현하기 위해 지난 67년부터 시판, 33년 동안 국내시장을 석권해왔다.

특히 신회장은 '효자상품'인 껌제품에 대해서는 판매동향 등을 직접 챙기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 등 그동안 국내 껌시장을 석권해온 '대형껌' 제품들이 올들어 판매부진을 겪고 있어 생산사인 롯데제과는 물론 롯데그룹 전체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말 현재 대형껌의 판매액은 8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89억원에 비해 7% 가량 줄어들었다. 대형껌 매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 9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식당 등 대형소비지에서 고객들의 후식용으로 제공하던 껌 공급이 많이 줄어든데다 무설탕껌, DHA물질 함유껌 등 '기능성제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기능성제품과는 달리 대형껌 판촉에는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됐다.

판매감소 못잖게 롯데그룹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껌제품을 둘러싼 '베끼기' 파문. 경쟁업체들은 롯데가 쥬시후레쉬 등 대형껌 제품이 미국의 세계적인 껌메이커 위글리(Wrigley)사의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94년 해태제과가 무설탕껌 '덴티큐'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자 롯데는 곧이어 비슷한 제품인 '화이트'를 선보였다.

롯데는 앞서 지난 70년 중반에도 해태제과가 입냄새 순화기능을 지닌 '아카시아'를 출시하자 역시 이를 모방한 '이브껌'을 생산해 가격인하 등으로 대량유통시키는 등 '베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경쟁업체들은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 생산하는 상품의 모체나 마찬가지인 껌제품이 판매감소와 베끼기 파문에 휩싸인 것은 최근 롯데호텔 노조파업 등 일련의 사태와 맞물려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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