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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포’ 버텨낸 외환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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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탈리아 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코스피지수가 5% 가까이 급락했고, 달러당 원화가치는 16.8원 떨어졌다.10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딜러들이 일하고 있다. [뉴시스]

‘이탈리아 쇼크’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과 중국·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주저앉았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약한 고리’인 외환시장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한국의 은행들에 대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시각도 개선되고 있다. ‘제2의 리먼 사태’가 닥쳐올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선방할 것’이란 기대가 여전히 강한 이유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4.28포인트(4.94%) 급락한 1813.25로 끝났다. 역대 셋째 하락폭을 기록한 지난 9월 23일(103.11포인트)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외국인이 5042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 3개월 동안 금지됐던 공매도가 이날부터 허용되고 옵션 만기일이 겹쳤던 것도 낙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시장이 계속 안 좋았던 상황이라 사안의 폭발성에 비해 하락폭은 작은 걸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날 중국(-1.8%)·일본(-2.91%)·대만(-3.35%)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채권 금리는 지난달 28일 이후 9거래일 연속 내림세(채권값 상승)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은 전날보다 0.02%포인트 내린 3.36%를 기록했다. 금리보다 안전을 따지는 자금은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은행 수신이 13조원 증가해 전달 증가폭(6조8000억원)을 크게 상회했다.

 그럼에도 원화가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전날보다 16.8원 내린 달러당 1134.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리스 사태가 악화되며 하루 30원까지 오르내렸던 9월 하순에 비해 변동폭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이럴 땐 주가보다 환율이 더 널뛰기 마련인데 오늘은 그 반대였다”며 “2008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전 세계에서 돈가뭄이 극심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돈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과 중국·일본과의 통화스와프가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은행권에 대한 외국의 불안감도 한결 누그러졌다. S&P는 이날 한국 은행들에 대한 산업리스크평가 등급을 기존 4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86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 평가에서 3등급은 미국·뉴질랜드·영국 등과 같은 등급이다. S&P는 “한국 은행권이 풍부한 고객 예수금을 보유한 게 강점”이라며 “단기 외화부채 의존도가 리스크 요인이긴 하지만 최근 외화부채의 평균 만기기간이 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이탈리아 문제가 불거지는 과정은 금융위기로 휩쓸려가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주식시장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한국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현철·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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