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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계산 신공 vs 강철 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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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영훈 9단

유난히 화제가 많았던 명인전이다. 이세돌 9단이 예선에서 연구생 황재연에게 져 탈락했고 황재연은 16강전에서 삼성화재배 세계대회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나현 초단에게 꺾였다. 아마추어 조인선은 8강까지 오르며 대회 도중 프로 자격을 얻었는데 대회 성적으로 입단한 것은 조인선이 처음이다. 그 조인선은 이창호 9단에게 꺾였다. 그러나 올해의 명인 자리는 소신산(小神算) 박영훈 9단 대 ‘돌주먹’ 백홍석 8단의 대결로 판가름나게 됐다. 백홍석은 8일의 준결승에서 막판 날카로운 일격을 성공시키며 이창호 9단을 2대0으로 꺾었고, 지난해 우승자 박영훈 9단은 9일 신예 이태현 4단의 도전을 부드럽게 제압하며 2대0으로 결승에 올랐다.

 박영훈(26)은 이미 11세 때 전국아마대회를 석권했고, 19세 때는 후지쓰배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는 등 화려한 이력의 정상급 기사다. 통산 16회 우승을 거둔 강자로 아직 잠재력이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해 랭킹이 10위까지 밀렸지만 전성기 이창호에 버금가는 탁월한 계산력은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백홍석 8단

 백홍석(25)은 전형적인 인파이터고 힘이 천하장사다. 하지만 신예대회에서 한 번 우승한 이후 준우승만 네 번 한 게 전부다. 힘은 세지만 계산이 약한 탓이다. 대담한 기풍에도 너무 거칠어 승리 확률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명인전에서는 박정환 9단, 나현 초단에 이어 이창호 9단까지 세 명의 스타를 연파했고 특히 이창호와의 4강전에선 한결 안정된 전력을 선보여 기대를 높이고 있다. 랭킹은 15위. 상대 전적에서도 박영훈에게 5승9패로 밀리 지만 여세를 몰아 정규 기전 생애 첫 우승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39회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우승상금은 8000만원. 결승5번기는 18일 시작된다.

시체 같던 흑▲ ? ‘막판 일격’

<기보 해설>=이창호 9단(백)과 백홍석 8단(흑)의 대국. 우세한 백이 1로 젖혀 끝내기할 때 청천벽력 같은 흑2가 등장했다. 시체로 간주하고 있던 흑▲가 벌떡 일어 난 것. 바로 막으면 흑A로 수가 나기에 백3으로 늦췄으나 이번엔 흑4, 6이 준비된 강타. 이 9단은 몇 수 더 두다 돌을 던졌다. 올해 22년 만에 무관이 된 이 9단의 재기는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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