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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정성과 봉사로 대한민국을 알리고 돌아왔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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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폰위앙 마을 분교에서 대한민국청소년자원봉사단 15명이 현지 학생들과 함께 학교 창문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제공]

“학교가 예뻐져서 정말 좋아요. 더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지난달 29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북쪽으로 156㎞ 떨어진 왕위앙주(州) 변두리의 시골마을 폰위앙. 인구 809명인 이 작은 마을의 분교에 다니는 못뎅(10)양은 페인트 냄새 가득한 학교 안팎을 둘러보면서 “컵짜이(감사합니다), 컵짜이” 했다.

분교에서는 이날 아침부터 건물 외벽과 교실 구석구석 페인트칠 작업이 벌어졌다. 작업을 한 사람은 한국 청소년 15명과 현지 청소년 15명, 주민 10여명. 한국의 청소년들은 대한민국청소년자원봉사단이란 이름으로 이곳에 날아온 경기·울산지역 고교생과 대학생들이다. 이들이 땀 흘리는 동안 주민들은 라오스 전통떡과 과일 등 준비한 새참을 건네며 거들었다.

“30도가 훨씬 넘는 더위에 일도 익숙치 않아 힘들지만 이 먼 곳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내 손으로 돕는다는 게 뿌듯하네요.”

올해 처음 봉사를 온 안양 인덕원고 1년 박민규(17)군은 “여기 청소년들과 서로 배우며 교류도 할 수 있어서 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박군과 함께 작업한 라몬중등학교 5년 분럼(14)군은 “한국 학생들과 한 마음으로 좋은 일을 함께 해 정말 기쁘다”고 했다.

2007년 문을 연 이 분교는 유치원생부터 초등 3년생까지 59명의 학생이 교실 4개를 나눠 쓴다. 벽을 대나무로 엮어 만든 엉성한 건물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 벽돌과 시멘트로 리모델링 됐고, 이날 페인트 단장까지 마무리된 것이다. 캄파 교감은 “비가 들이치고, 바람이 세면 넘어지던 대나무벽이었다”면서 튼튼한 학교건물에다 도색까지 해준 한국 청년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마이푸이(45) 마을 촌장은 “학교 공사를 계기로 주민들이 아이들 교육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함께 일하면서 서로 화합하는 계기도 됐다”며 역시 “컵짜이”를 반복했다.

대한민국청소년봉사단이 라오스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2007년이다.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청소년위 소속의 한국청소년진흥센터(현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와 전국청소년활동진흥센터협의회가 청소년들의 글로벌 시민의식 향상, 아세안(ASEAN)과의 친선을 취지로 고교생과 대학생들을 공모해 매년 활동을 주관해왔다. 첫해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로 확대했다. 참가 희망 학생들도 늘어 올해는 지역마다 모집정원(15~20명)을 크게 웃돌아 서울지역 경쟁률은 10대 1이었다.

같은 날 오후 4시 비엔티엔 북부 인구 8만의 도시 폰홍의 중앙시장.

“싸이통 히유(장바구니 사용합시다)! 아누랏 씽왯롬(환경을 보존합시다)!”

충남지역에서 온 봉사단과 폰홍중등학교 학생 등 30명이 피켓을 들고 시장을 돌며 장바구니 200개를 나눠줬다. 이춘복(46)라오스 봉사단장은 “2007년 처음 왔을 때 비닐봉투 사용량이 너무 많은 걸 보고 장바구니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2008년부터 라오스뿐 아니라 봉사단이 파견되는 모든 나라에서 400~500개씩 장바구니 나눠주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장바구니를 받아든 주부 푸흥은(27)은 “작년에 캠페인을 본 뒤에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많이 늘었어요. 비닐 봉지 쓰레기도 많이 줄었고요”라고 말했다. 캠페인에 동참한 폰싸왓(17·폰홍중등학교 7년)군은 “장바구니가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면서 “한국학생들이 돌아간 뒤에도 학교 친구들과 계속 환경캠페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10월 26일부터 지난 4일까지 열흘 동안 라오스·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필리핀의 16개 지역에서 활동했다. 250여명이 현지 청소년들과 1대1 버디(buddy·친구)를 맺고 학교·청소년센터 등 개·보수, 환경캠페인, 바자회, 언어·문화교실, 가정방문 및 물품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쳤다.

라오스=노유진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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