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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키 암호시스템' 신기술 세계 첫 개발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정보보호분야의 핵심기술인 `공개키 암호시스템'' 관련 원천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학과 고기형(46) 교수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공동으로 `비가환군''에 근거한 실용적인 공개키 암호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고 교수팀이 개발한 공개키 암호시스템은 가환군을 기반으로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미국의 RSA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공개키 암호론이 시작된 지 20여년만에 개발된 획기적인 원천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서 `가환군''이란 곱셈과 덧셈 등에서 연산의 순서를 바꾸어도 같은 값이 나오는 것을 의미하며 `비가환군''은 연산의 순서를 바꾸면 다른 값이 나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이 시스템은 기존에 미국에서 개발된 시스템들이 정수론의 연구 결과에 기반을 두었던 것과 달리 순수 수학의 첨단분야 중 하나인 `땋임'' 이론의 공액 문제에 근거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원천기술로 평가받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또 이 기술이 암호화와 복호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구현하는 알고리즘의 크기가 작아 스마트카드와 같은 소용량 장치에도 무리없이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 공개키 암호시스템 기술이 상용화 될 경우 현재 미국으로부터 원천기술을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국내 정보보호기술 관련 업계에 막대한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세계 정보보호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교수팀의 이같은 연구결과는 정보보호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제학회로 오는 8월 미국의 산타바바라에서 열릴 예정인 `CRYPTO 2000''의 주요 발표논문으로 채택되는 등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공개키 암호시스템은 타인이 메시지를 암호화할 때 사용하는 공개키와 암호화된 암호문을 원래의 메시지로 복원할 때 사용하는 비밀키로 구성돼 있는 시스템을 일컫는 것으로 현재 미국의 RSA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암호화 과정과 복호화 과정에서 하나의 비밀키를 사용하는 비밀키 암호시스템과 구별된다.

고 교수는 "지금까지는 공개키 암호 시스템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 왔지만 이제부터는 우리가 앞서 나갈 수 있게 됐다"며 "이는 1년반에 걸쳐 첨단 순수수학이론과 ETRI의 정보보호 기술을 접목해 일궈 낸 쾌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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