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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암환자의 두통·울렁거림이 위험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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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기는 정보

암이란닷컴 대표
최상규

암환자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일은 재발(recurrence)와 전이(metastasis)이다. 그 밖에도 암환자가 암 진단을 받고 치료 가운데 가장 많이 두려워하는 것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암은 하루라도 치료하지 않으면 급속도로 커지나요?

암은 사실 몇분 안에 치료를 안하면 사망할 수 있는 심근경색증 같은 응급질환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이 천천히 진행하는 만성 소모성 질환이다. 암환자나 보호자들이 걱정하고 답답해하면서 필자에게 흔히 물어오는 질문 중에 "치료가 며칠이라도 늦어지면 갑자기 암이 커지는 거 아닌가요?"라는 물음이다. 그러나 아주 극소수의 경우 수일 만에 크기가 커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 99.9%는 천천히 진행한다. 암의 크기가, 엄밀히 말해서 부피가 두 배가 걸리는 시간을 ‘배가시간(Doubling time)’이라고 하는데 여러 암종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것이 폐암중의 소세포성 폐암으로 암종괴의 부피가 두 배가 될 때까지 걸리는 배가시간은 대략 3개월 정도이다. 즉 3개월이 되면 이전 부피의 두 배가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암종괴의 크기의 변화와는 별개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어느 환자의 암종괴의 최대 직경이 1cm이었다고 하자. 이것이 3개월 후에 보았더니 2cm로 직경이 두 배가 되었다면 이것이 실제 암 크기가 2배가 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처음의 암 크기가 1cm이었다가 3개월 후에 보니 1.25cm이었다면 이것이 실제 암의 부피가 2배가 된 것이다. 종괴의 부피는 지름의 3승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즉 1의 3승이 1cm3, 이것이 부피이며 3개월 후에 1.25cm이라면 1.253 즉 부피가 2cm3이 되어 부피가 두 배가 되는 것이다. 아주 미미한 변화가 실제 암종괴의 부피가 2배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종괴의 직경이 단순히 2배가 되었다고 하여 부피가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그 부피는 실제 훨씬 더 크게 된다.

위와 같이 암의 종괴의 부피변화는 이렇게 계산하는데 암 환자의 경우 일단 전이가 발생하면 전이된 암종괴의 배가시간은 원발암에 비해 2배정도 더 빨리 자란다.

암환자가 겪는 어려움 중에 암의 뇌전이가 있다.

특히 폐암이나 유방암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별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고 울렁거리거나 구토를 보인다면 반드시 뇌 전이를 의심해야 한다. 물론 두통이나 구토 혹은 울렁거림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지만 암 환자의 경우 특히 하루 중 아침에 두통과 동반된 울렁거림이 있다면 뇌 전이의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암의 뇌전이가 발생하면 어떤 증상들이 나타날까? 우선 없던 종괴가 뇌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뇌압이 올라간 증상, 즉 두통+구토+유두부종(눈에서 발생하는 소견으로 유두는 눈의 망막에서 시신경으로 연결되는 부위를 말하며 안저검사를 해보면 이부위에 부종이 생긴다 ; papilledema 라고 한다.)이 나타나며, 종괴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는데 기억력이 갑자기 변하거나, 인지 기능의 변화, 지각력의 변화, 성격 변화, 말의 어눌함이나 언어 구사력 변화, 발작, 상지와 하지의 감각이나 운동 능력의 변화, 평형 장애, 무기력, 수면 증가 등 매우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특히 뇌졸중과 구별이 어려워서 고령의 경우 대개 처음엔 뇌전이보다는 뇌졸중같은 질병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뇌 전이가 의심된다면 MRI 검사가 가장 먼저 추천된다.

암의 뇌전이가 의심되면 가장 먼저 영상 진단을 해야 하는데 뇌의 구조적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MRI(자기공명영상)이다. MRI는 CT와는 다른데 CT는 뇌를 단지 횡단면으로만 스캔하여 볼수 있지만, MRI는 횡단면뿐만 아니라 종단면 등 다양한 각 도에서 뇌의 구조적이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흔히 PET/CT를 현대 암 진단의 총아라고 부르지만 뇌의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포도당을 매우 많이 사용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PET/CT보다는 MRI가 가장 먼저 추천되는 검사이다.

더불어 원발부이나 다른 곳의 전이 유무를 알기 위해 해당부위의 CT나 PET/CT를 체크하게 되며 뇌전이의 확진은 가급적 환자상태가 좋다면 뇌전이 종괴를 조직검사하여 확진하며 만약 종괴의 위치가 조작검사를 하기 어렵거나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직검사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 MRI와 환자의 증상을 기준으로 하여 뇌전이를 진단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암의 뇌전이가 강력히 의심되거나 확인되면 빨리 뇌압을 떨어뜨리는 약제, 스테로이드나 만니톨(mannitol)같은 감압제를 투여하는데 이런 감압제의 투여만으로도 증상은 매우 개선되며 생존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전이의 경우 아무 치료도 하지 않으면 평균 생존기간이 1-2 개월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감압제치료만으로 평균생존기간은 3-4개월로 증가하게 된다.

뇌 전이가 확진되면 어떤 치료 순서로 해야 할까?

뇌전이의 본격적인 치료는 방사선치료와 수술 그리고 방사선수술이다. 뇌전이의 치료는 우선 뇌전이의 개수가 중요한데 단일성 전이(single metastasis)와 다발성 전이(multiple metastasis)로 구분하여 치료원칙이 달라진다.

우선 단일성 전이의 경우 과거에는 수술을 하고 이어서 뇌전체를 약 2주정도에 걸쳐 방사선치료를 하는 것이 표준치료였다. 그러나 최근에 방사선수술(radiosurgery)이라는 렌즈치료요법이 수술을 대치할 정도의 성적을 보인다고 알려지면서 신경외과에서 수술대신 감마나이프로 1-2회에 걸쳐 방사선으로 치료하거나 아니면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방사선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방사선수술의 경우 대개 크기가 4cm 이하에만 주로 적용가능하며 감마나이프가 없는 병원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일반화된 치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환자가 수술이나 방사선수술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뇌 전체를 2주정도에 걸쳐 일반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다발성 뇌전이의 경우 대개는 수술을 할 수가 없고 수술의 의미도 크지 않아서 일반 방사선치료가 표준치료가 된다. 다만 다발성이라도 전체 개수가 4개 미만이고 뇌전이외의 몸의 다른 부위의 전이가 별로 없다면 각 전이 종괴에 대한 방사선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혹은 방사선수술이 별 탈없이 잘 진행되고 나면 뇌전이라 해도 평균생존기간이 9-12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암의 뇌전이, 물론 절대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 다각적인 노력으로 환자나 보호자에게 훨씬 좋은 삶의 질이 보장되기도 하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다.

암이란닷컴 최상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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