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드콤-스프린트, 합병계획 철회할 듯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통신회사인 월드콤과 스프린트가 1천2백90억달러 규모의 합병 계획을 자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7일 보도했다.

이같은 결정은 최근 미국.유럽연합(EU)의 독점규제 당국과 소비자 단체들이 잇따라 정보통신 회사들의 거대 합병에 제동을 거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신문은 합병 관계자의 말을 인용, 양사가 다음달초 열리는 EU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합병 승인이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합병 승인 신청를 이르면 27일(현지시간)중으로 철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EU 집행위의 반독점 담당 위원인 마리오 몬티는 26일 "양사가 합병을 통해 인터넷 사업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 "라며 "합병이 승인되지 않도록 집행위에 강력히 요청하겠다" 고 말했다.

월드컴은 장거리 전화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 미국 3위의 전화 회사인 스프린트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타임워너-아메리카 온라인(AOL), 보다폰-만네스만에 이어 사상 3번째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합병 발표 직후 독점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스프린트의 인터넷 사업 부문을 매각키로 했으나 장거리 전화 부문의 처리를 둘러싸고 미 정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미 법무부도 최근 합병을 막기 위해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도 월드콤이 유럽에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합병으로 유럽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독점 여부를 심사해 왔다.

월드콤은 일단 미 법무부와 협상을 벌여 승인을 얻어낸 뒤 다시 EU측에 합병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월드콤은 양측을 설득하기 위한 최종 협상 카드로 스프린트의 장거리 전화 부문과 인터넷 사업 부문을 동시 매각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전문가들은 합병이 최종 무산될 경우 양사는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도이체텔레콤.프랑스텔레콤 등 유럽의 대형 업체들에게 인수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미국의 소비자연맹은 16일 미국내 1위, 4위의 케이블 업체인 AT&T와 미디어원의 합병이 공정 경쟁을 어지럽힌다며 정부의 조사를 촉구했다. 미 소비자단체들은 4월에도 AOL과 타임 워너의 합병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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