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공품 수출, 美 대북제재 완화해도 어려울 듯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하면서도 북한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여전히 높게 매겨 북한지역에서의 위탁가공 상품들은 미국 수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또 이번 완화 조치로 미국 기업의 북한 진출이 가능해져 미국 기업들이 북한 상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는 한국 시장 진출의 우회기지로 북한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투자진흥공사(KOTRA)는 26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북한상품의 수입과 미국상품의 대북 수출을 허용하면서도 북한 상품에는 적성국가에 적용하는 높은 관세(컬럼 2)를 매기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는 정상교역국에 매기는 관세(컬럼 1)보다 관세율이 ▶섬유.의류제품은 3~10배▶전자제품은 평균 35%(컬럼 1은 0~5%)로 높아 수입가격이 비싸 수출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은 섬유류를 수입할 때 나라마다 규모(쿼터)를 정하는데 북한에는 쿼터를 배정하지 않아 한국 기업의 대북 위탁가공품 중 80% 가까이 차지하는 섬유류의 대미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KOTRA 관계자는 "이런 문제는 미국과 북한간 쌍무 무역협정 체결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한편 마그네사이트 등 원자재는 관세율 차이가 크지 않아 대미 수출이 유망한 품목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민간기업의 소비재 수출 및 투자사업 등 북한 진출에 대해서는 제약이 대부분 없어졌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의 카길.벡텔.컴버스천 엔지니어링.시티그룹 등 미국 업체들이 대북 투자를 준비 중이라고 밝히는 등 미국 기업의 대북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 스탠튼그룹은 정유설비 투자 및 광산물 개발, MCI월드컴과 AT&T는 전화사업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인프라 구축이나 정보통신 분야, 금융 등 선점 효과가 큰 분야에 미국 기업이 관심을 갖고 있다.

KOTRA 북한실 김장한 팀장은 "외국 기업들은 북한의 경제사정이 나빠 당장 소비시장으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북한 상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는 한국 시장에 대한 우회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며 "머지않아 국내 시장에서 북한산 외국 상품과의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