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배구, 조직력과 땀방울이 빚은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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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의 2회 연속 올림픽본선 진출은 탄탄한 조직력과 땀방울이 빚어낸 승리였다.

지난 3월 여자대표팀이 첫 소집될 때만해도 시드니올림픽 티켓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게 사실.

11년간 대표팀 기둥이었던 장윤희가 임신으로 태릉선수촌을 떠난데다 수년째 세대교체가 늦어져 선수 대부분이 20대 중반을 넘긴 상태였고 예선에 출전한 팀에 예상밖의 강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96년에 이어 다시 지휘봉을 맡은 김철용 대표팀 감독조차 출국직전 "승산은 50대 50이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한국은 예선 첫날 난적 크로아티아를 3-0으로 물리쳤고 이탈리아에 덜미를 잡혔지만 아르헨티나, 캐나다, 네덜란드를 연파, 티켓 획득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신장과 파워의 열세를 빠른 스피드와 물샐 틈 없는 수비, 강한 정신력으로 만회한 결과였다.

29살의 박수정은 코트에 몸을 던지며 상대 강타를 걷어올렸고 정선혜와 구민정, 박미경 트리오는 장윤희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 코칭스태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강혜미는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는 빠르고 정확한 토스로 공격루트를 여러 갈래로 열었고 장소연은 유럽의 장신세를 누르고 블로킹 1위에 오를 정도로 감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LG정유의 슈퍼리그 9연패를 이끈 `독사' 김철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요구해온 ` 조직력과 땀방울의 배구'가 빛을 발한 것이다.

하루 6시간의 강도높은 훈련, 3개월간의 지리한 합숙, 남자들과의 실전훈련 등 그동안 흘린 땀방울의 당연한 보상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예선전을 계기로 한국 여자배구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선배들이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세운 사상 첫 구기종목 메달의 금자탑을 새천년 첫 올림픽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김 감독과 선수들의 마음은 이미 시드니에 달려가 있다.(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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