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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사립대, 법인이 내야 할 건축비 99% 등록금으로 메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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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들이 ‘예·결산 뻥튀기’를 안 하고 재단(법인)이 내야 할 돈만 제대로 내도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중앙일보가 보도한 ‘등록금 내릴 수 있다’ 10회 시리즈에서 지적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중앙일보는 대학들이 전년도 결산 기준으로 등록금을 책정하고 법인이 의무를 다하면 등록금을 11.2%가량 내릴 수 있다고 제안했었다. <본지 6월 13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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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감사원은 대학들이 의무에는 소홀하고 학교의 편의에 따라 재정을 운영하는 관행을 지적했다. 예산 편성이 대표적이다. 감사원이 35개 대학(국·공립대 6곳 포함)을 표본으로 최근 5년간 예·결산을 분석한 결과, 모든 대학에서 예산을 편성할 때 지출은 부풀리고 수입은 적게 잡았다.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등록금을 책정하다 보니 실제 필요한 돈보다 더 부풀려서 등록금을 산정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학생 수를 최대 14%까지 적게 잡아 등록금 예상 수입을 줄이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35개 대학에서 5년간 연평균 6552억원의 예·결산이 부풀려졌다.

학교 운영비와 교육비에 쓰여야 할 교비는 법인회계나 ‘비밀 계좌’로 줄줄 새고 있었다. 기부자가 학교 시설비나 장학금으로 쓰라고 기부한 돈을 교비회계로 넣지 않고 법인이 법인회계에 넣고 쓴 것이다. B대학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과 강원도에 있는 교육용 기본재산(토지)을 657억원에 매각했다. 제2캠퍼스 부지를 취득하고 교비회계로 전출한다는 조건으로 교과부가 허락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대학은 매각 대금을 교비회계에 넣지 않고 법인에서 관리하다가 적발됐다. 또 5개 대학은 기부금이나 학교시설사용료 등 수입을 회계장부상에 없는 계좌에 넣고는 마음대로 썼다. 쓰고 남은 잔액만 272억원이었다.

 대학들이 교직원 인건비를 올려 등록금 부담을 키웠다는 본지 지적도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대는 지난 5년간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로 교직원들에게 급여보조성 인건비를 연평균 564억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급여보조성 인건비는 법령상 지급 근거가 불명확하고 등록금 부담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사립대도 마찬가지였다. 사립대 29곳이 지난해 쓴 인건비는 대학 운영비의 56%에 달했다. 인건비 상승은 등록금 인상으로 직결되는 구조인데도 상당수 대학들은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총장 결재만으로 특별격려금을 주고 각종 수당을 신설했다.

 사립대 재단이 부담해야 할 경비를 교비회계에서 빼내 쓰는 관행도 지적됐다. 표본에 속한 29개 사립대 중에서 연세대·경희대·단국대·상명대 등 14개 대학은 5년간 연평균 167억원씩 건설비를 썼지만, 법인은 건축비의 1%도 안 냈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 시설·설비·재산을 갖추는 일은 법인의 의무다.

 본지가 지적했듯 대부분의 대학들이 최소한의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29개 사립대 중 25곳이 최근 5년간 법정부담금(교직원의 연금·건강보험료 등)의 상당액(2301억원)을 교비에 떠넘겼다. 순천향대는 재단 적립금이 537억원에 달할 정도로 여유자금이 있는데도 법정부담금을 교비로 냈다. 수익용 기본재산 수익금의 80% 이상을 교비로 내야 하는 규정도 대부분 대학이 지키지 않아 유명무실했다.

박수련 기자

등록금 왜 비싼가 했더니

① 예산 편성할 때 지출은 140억원 올리고, 수입은 47억원 줄여(35개 대학 연평균)

② 내년도 학생 수 최대 14% 적게 잡아 등록금 예상 수입도 줄어(4개 대학, 394억원)

③ 교비회계로 넣어야 할 기부금을 법인회계로 빼돌려 교비 수입 손실(7개 대학, 714억원)

④ 교육용 기본재산 매각대금을 법인이 관리·사용(6개 대학, 710억원)

⑤ 산학협력단, 정부에서 받은 연구간접비 중 일부를 교비회계로 전출 안 해(19개 대학, 2262억원)

⑥ 기부금·학교시설사용료를 별도 계좌에 넣어 마음대로 지출(5개 대학, 잔액 272억원)

⑦ 학교법인 운영비나 산학협력단 운영비를 교비로 지출

⑧ 학교시설 건설비는 법인이 내야 하는데 대부분 등록금으로 충당

⑨ 국·공립대 직선제 총장, 기성회비(등록금)로 “교직원 수당 올려주겠다”는 공약 이행

⑩ 사립대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번 수익금을 교비로 전출 안 해(75개 대학, 1546억원)

⑪ 교직원 연금·건강보험료 등 법인이 내야 할 법정부담금을 교비로 충당(130개 대학, 634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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