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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유상증자 … LG전자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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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LG전자가 3일 1조62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LG전자는 이날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시설자금 6385억원, 운영자금 4235억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새로 발행할 주식은 1900만 주다. 발행예정가격은 보통주 주당 5만5900원으로, 다음 달 15일께 확정할 예정이다. 이 회사가 보통주 대상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1998년 12월 이후 13년 만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외환위기 당시에 준하는 사전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그간 퍼져온 ‘LG전자 위기설’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LG전자 주가는 전날에 비해 9800원(13.73%) 떨어진 6만1600원에 장을 마쳤다. LG그룹주도 동반 급락했다. 지주사인 LG는 9.9%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6.3%)와 LG화학(-4.3%), LG유플러스(-3.4%) 주가도 모두 밀렸다.

 신용등급 하향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자 유상증자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이미 1조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재무제표가 연결된 자회사 LG디스플레이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큰 부담”이라며 “유상증자 자금이 신규 투자가 아닌 그룹 운영자금으로 쓰인다면 주가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G전자는 최근 연이은 악재에 시달려 왔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불리는 피치·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가 잇따라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것이 첫 번째다. S&P는 LG전자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무디스와 피치는 신용등급 전망을 낮춰 잡았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올 3분기 실적 또한 시장의 불안을 부채질했다. 연결기준 매출 12조8973억원, 영업손실 319억원을 기록했다. 1, 2분기 연속 흑자를 내다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실적 악화의 ‘주범’은 휴대전화 판매 부진이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휴대전화 부문 경쟁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시장 안착에 실패함에 따라 이 회사 휴대전화 사업부문은 6분기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실적 악화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휴대전화부문(MC사업본부)을 중심으로 1000명 이상을 정리 또는 재배치했다고 한다. 미국 법인의 경우 주재원 중 3분의 1만 남기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9월에는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타우바테 공장의 휴대전화부문 인력 200명을 감원했다. 현지 전체 인력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인수합병이나 신사업에 잘 활용할 경우 외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이 회사 엔지니어는 “우수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 인화를 중시하는 문화 때문인지 듣기 싫은 소리를 안 하려 하고 중요 결정도 서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나리·심재우·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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