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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둔탁한 노림수, 백4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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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32강전>

○·쿵제 9단 ●·이세돌 9단

제5보(45~52)=비세를 절감한 이세돌 9단이 사납게 판을 흔들고 있다. 과거 조훈현 9단의 흔들기가 유명했지만 바둑사를 통틀어 ‘흔들기’ 분야에선 이세돌 9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금 상황에서 흑▲들은 99% 사망, 흑◎들은 60% 사망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데 흑은 그쪽을 돌볼 틈도 없이 45 쪽부터 기어 나와야 한다. 흑의 희망은 상변 백 대마를 분리 공격하는 것. 그 시나리오가 성립되기만 하면 흑◎들이 자동 살아가면서 귀에도 맛이 생긴다. 바둑은 순식간에 뒤집어질 수 있다.

 쿵제 9단의 46이 흑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둔탁하고 멋도 없는 46. 그러나 이 수를 본 이세돌 9단은 끝내 47의 쓰라린 후퇴를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일까. 왜 ‘참고도’ 흑1, 3으로 뛰어나가 시원하게 공격하지 못하는 것일까. 백4의 절단이 있기 때문이다. 흑5에는 백6의 절단, 그리고 8로 한 점이 잡히게 된다. 바로 실전 46 때문에 이 수순이 성립한다. 47을 본 쿵제는 유유히 48부터 52까지 흑을 포위한다. 외곽의 백도 약점은 많다. 그러나 갇힌 흑은 아직 삶을 확보하지 못했다. 만약 반격을 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야 한다면 역전의 꿈도 요원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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