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10개은행 신용등급평가 착수

중앙일보

입력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무디스의 실사가 22일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국내 은행들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채권펀드 출연액 8조원을 할당받는가 하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종금업계 지원을 정부로부터 독촉받고 있는 형편이어서 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금융계에 따르면 무디스 실사단은 이날 국민은행과 서울은행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실사를 시작했다.

무디스는 오는 30일까지 신한, 제일, 서울은행과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 2개 지방은행 등 모두 10개 은행의 경영실적과 재무건전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21일 정부가 은행 자금담당자들을 소집, 채권형 펀드에 은행별로 출연할 금액을 사실상 할당하는 바람에 경영자율성을 크게 침해받고 있어 신용등급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겉으로는 은행들의 자율적인 출연을 내세우면서 은행별로 출연액이 적힌 `안'을 제시했다"면서 "은행들은 이를 꺼리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반발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위원회에서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해 출연액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은행장들도 22일 오전 긴급회의를 갖고 정부의 방침에 적극 동참한다고 결의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또 종금사에 유동성을 지원하라는 정부의 요구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97년12월부터 98년 2월까지 은행이 종금사에 지원한 자금 가운데 4조8천억원을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자금을 지원하라고 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시 종금사를 지원할 때는 한국은행의 저리자금 지원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 자금마저도 회수해 은행들이 역마진을 감수한 채 종금사에 지원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실제로 자율성이 확보된다면 은행들은 모두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의 채권펀드 출연이나 종금사 지원은 상업적 견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디스 실사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이런 금융상황은 앞으로 있을 합병 등 주요 이슈에서도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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