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아빠 노릇은 꼴찌감이지만, 삼성 2등은 못 참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중앙포토]

감독 데뷔 첫해에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류중일(48) 감독의 2011년은 끝났다. 그의 생각은 이미 2012년에 가 있다.

 류 감독은 “우리 삼성은 2등은 싫어한다. 정신적으로 다잡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내년에도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한 삼성의 장기집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SK를 5차전 만에 4승1패로 제압하고 코칭스태프와 술잔을 기울인 류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고 일어나니 허무하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텅 빈 마음속에 새로운 목표를 채워 넣었다. 계속해서 무한정 우승하고 싶다는 것이다.

 -우승한 뒤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오랜만에 한잔하고 푹 잤다. 오전 여덟 시에 일어났다. 아침에 눈을 뜨니 허무하다고 해야 하나. 어려운 것을 이루고 나니 허전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정규시즌 우승과 비교해 느낌이 다르던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비로소 ‘이제 해냈구나’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승한 뒤 고 장효조 감독 이야기를 맨 먼저 꺼냈다.

 “시리즈 내내 (장)효조 형을 생각했다. 효조 형이 도와주셔서 우승한 것 같다. 하늘에서 무척 기뻐할 것이다.”

 -언제쯤 우승을 예상했나.

 “4차전에서 이겼을 때다. 잘 던지던 정인욱이 갑자기 홈런을 맞고 5-4로 쫓겼다. 무사 1, 3루 위기에서 안지만이 무실점으로 막아 5차전도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희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했는데.

 “영광이었다. ‘수고했습니다. 고생했습니다.’ 두 마디만 들었다. 그래서 ‘회장님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해서 최강 삼성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뒤에서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는 게 선수단 전체에 정말 큰 힘이 된다.”

 -가족들도 기뻐했겠다.

 “가정에선 ‘빵점 아빠’다. 집에서 잔소리 안 하고 편하게 해준 아내와 아들이 고맙다. 아내에게 좋은 선물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뭘 해야 할진 모르겠다.(웃음)”

 - ‘감독 공부’는 어떻게 했나.

 “특별히 공부한 건 아니다. 선수 생활 13년, 코치 생활 11년 하면서 많은 감독님을 모시면서 배웠다. 그분들의 장점은 주워담고 단점은 버리려 노력했다. 그게 공부라면 공부다.”

 -그중 선동열 감독과 가장 오래 생활했다. 배운 것이 있다면?

 “투수 조련법, 투수 교체 타이밍을 눈여겨봤다. 투수를 어떻게 쓰는지, 어떤 상황에서 교체하는지 보고 들었다. 페넌트레이스는 물론 한국시리즈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

 -류중일의 야구란 무엇인가.

 “빠른 야구다. 선수를 믿는 편이고. 내년 시즌엔 한 박자 빠른 기동력, 빠른 수비에 화끈함을 더하고 싶다. 올해 공격엔 60~65점을 줬다. 내년에는 80점까지 끌어올리겠다.”

 -내년에도 우승이 목표겠다.

 “당연하다. 우리 삼성은 2등은 싫어한다. 선수 시절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올해 우승으로 큰 경기 경험을 쌓았다. 정신적으로 다잡으면 내년에 더 잘할 거다.”

 -어떤 지도자로 남고 싶은가.

 “재미있는 야구를 한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술잔을 기울이면서 떠올리는 그런 감독 말이다.” 

김우철 기자

류중일은

■ 생년월일 : 1963년 4월 28일

■ 가족 : 아내 배태연(48), 아들 호윤(22)·승훈(19)

■ 출신교 : 대구중 - 경북고 - 한양대

■ 취미 : 골프

■ 별명 : 야통(야구 대통령), 살구꽃(얼굴이 빨갛다고 해서)

■ 선수 경력 : 1987∼99년 삼성 (통산 성적타율 2할6푼5리 359타점·109도루)

■ 수상 경력 :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2회(87, 91년)

■ 지도자 경력

- 2000∼2010년 삼성 코치

-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코치

- 2009년 제2회 WBC 대표팀 코치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

- 2011년 삼성 감독

■ 비고

- 감독 데뷔 첫해 최고 승률(0.611)

- 감독 데뷔 첫해 정규시즌·한국시리즈 동반우승 두 번째(선동열·200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