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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소네 전 총리 종군위안소 설치 관여 자료 나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사진=중앙포토]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93) 전 일본 총리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종군 위안소 설치에 관여했음을 알려주는 옛 일본 해군 자료가 발견됐다고 아사히 신문이 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평화자료관ㆍ풀의 집’이란 일본의 한 시민단체는 지난달 27일 일본 방위성 연구소 사료 열람실에서 ‘해군항공기지제2설영반자료’란 이름의 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자료엔 2차대전 당시 나카소네 전 총리가 근무한 일본 해군 ‘제2설영반 야베 부대’의 활동상이 25페이지에 걸쳐 기록돼 있다. 기록에 따르면 이 부대는 1942년 지금의 인도네시아 영토인 보르네오섬의 발릭파판에 주둔해 비행장 정비 등을 담당한 것으로 돼 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당시 이 부대의 주계장(회계 담당)으로 근무했다. 자료엔 “(대원들이) 흥분해, 일본인끼리 싸움을 벌일 듯한 상황이 됐다” 며 “주계장의 배려로 현지 여자를 모아 위안소를 개설하자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매우 효과가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부대의 모습이 기록된 지도엔 위안소도 표시돼 있다.

평화자료관 측은 이날 “나카소네 전 총리가 현지 여성을 모아 위안소를 설치하도록 한 것은 명백하다”며 “이는 당시 군이 위안소를 만드는 데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이미 1978년 내놓은 회고록에서 발릭파판에 주둔했을 때 현지 여성을 습격하고 도박에 빠진 부대원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 끝에 위안소를 설치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공식 자료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일본 정부는 쓰지모토 기요미 당시 사민당 중의원이 나카소네의 회고록 내용과 관련해 문의하자 “회고록에 (위안소) 기술이 있음은 알고 있으나 당시 관계자에게 들어서 안 조사내용에 대해선 답변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나카소네 총리 측은 평화자료관 측 자료와 관련한 아사히 신문의 질문에 지난달 31일까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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