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기업-증권사, 공모가 책정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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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의 거품을 빼기 위한 증권업협회측의 개선방안 발표 이후 발행사와 주간 증권사간에 공모가격 책정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증권사들이 주간사를 맡기 위해 발행사측에 무조건 높은 희망가를 제시하고, 이후에도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비현실적인 공모가를 요구하는 기업들은 거부하는 등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7월 1일 이후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들 가운데 거래가 시작된 후 두달 사이에 주가가 공모가격의 80% 수준으로 떨어지는 종목은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의무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가격을 떠받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코스닥등록 심사예정인 H사의 주간사를 맡은 LG증권측은 높은 가격을 주장하는 발행사측에 "공모희망가를 낮춰야 한다" 며 가격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또 최근 코스닥심사를 통과한 벤처기업 E사와 H사의 주간사를 맡은 H증권측은 발행사를 설득, 공모예정가를 당초 희망가에서 30%씩 낮춰 유가증권신고서를 내기도 했다.

K증권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최근 강남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발행희망가를 자신들의 기업가치보다 현재 등록돼 있는 경쟁업체의 주가에 맞춰달라고 고집하는 바람에 주간사 맡기를 거부했다" 면서 "지난달만 해도 일단 맡은 뒤 설득했겠지만, 이제는 위험부담이 커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고 밝혔다.

이같은 변화 때문인지 발행사들의 입장도 달라지고 있다.

벤처캐피털인 G사는 최근 창투사들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웬만한 증권사들은 주간사를 아예 맡으려 들지 않아 등록을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로 연기한 상태다.

또 21일 현대증권 등을 주간사로 선정한 라이코스코리아측은 "공모희망가를 훨씬 높게 써낸 증권사도 있었지만 우리는 합리적인 가격을 써낸 곳을 주간사로 선정했다" 고 밝혔다.

증권업협회 업무부 관계자는 "제도개선에 따라 증권사들의 목소리가 훨씬 높아진 것은 사실" 이라며 "점검 결과 앞으로 공모가가 현재수준에 비해 3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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