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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로 판 의약품 … 한 번만 걸려도 건보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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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임채민 장관

제약회사에서 리베이트(처방 대가로 금품을 지급하는 것)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두 차례 면허 정지를 당한 의사나 약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히 리베이트가 적발된 의약품은 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지금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약사의 면허를 최대 12개월 정지하고, 이 조치를 세 차례 이상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는데 앞으로 두 차례만 받아도 취소하겠다는 것 . 리베이트 영업 적발 땐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 목록에서 삭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가 전액 부담해서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 차례 이상 리베이트를 지급한 사실이 적발된 의약품은 시판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를 처벌하는 쌍벌제를 시행하고 리베이트 영업 사실이 드러난 약품의 가격을 20% 깎기로 한 데 이어 더 강력한 카드를 꺼낸 것이다. 공산품은 제조회사가 가격을 정하지만 약품은 정부가 정한다. 건강보험료로 조성된 건보 재정에서 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31일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제약회사가 약가를 올려달라고 하면 그 돈으로 계속 리베이트를 주겠다는 얘기밖에 안 되지 않나. 리베이트를 없애야 한다. 그게 있는 한 아무 정책도 못 하겠더라”며 “우리가 주는 돈이 엉뚱한 데 간다고 생각하면 뭘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임 장관은 “연말까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 합의를 유도하겠다”며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에 요청해 놨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 협의체에서 ‘리베이트를 주고받지 않겠다’는 자정 선언(사회협약)을 유도할 방침이다. 협약 이후에도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 리베이트로 준 약품을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31일 내년 4월부터 7500개 약의 건강보험 약가(藥價)를 평균 14% 깎는 내용을 담은 행정고시 안(案)을 발표했다. 8월 약가 인하계획을 발표할 때보다 대상 약품이 1200개 줄었다. 건보 재정 절감액도 2조1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내려갔다. 공급이 줄거나 끊길 우려가 있는 약과 가격이 낮은 약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제약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내 산업기반을 붕괴시킬 충격적인 결정”이라며 “왜 모든 약값을 다 내려야 하는지 근거 없는 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제약협회는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의약품 생산 중단도 강행할 계획이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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